중과실 사고 후 그녀를 구한 안전장치

보험이라는 창(窓)으로 본 인생풍경 13

by 보험외길

​전북 진안의 명물, 마이산(馬耳山)의 두 봉우리가 마치 말의 귀처럼 쫑긋하게 솟아올라 모녀를 반기던 날이었다. 그날의 공기는 유난히 달콤했고, 창밖으로 스치는 초가을의 풍경은 온통 축복의 빛깔로 노랗고 붉게 물들어 있었다.

​최애랑 고객의 딸 서연이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면허를 딴 뒤, 학업 틈틈이 운전대를 잡으며 실력을 키워온 야무진 아이였다.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둔 시점, 서연이는 그 바늘구멍보다 뚫기 어렵다는 공무원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엄마, 나 합격했어! 정말 꿈만 같아. 그동안 뒷바라지해 주느라 고생 많았어.”
​합격 통지를 확인한 날, 모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고 웃었다.

좁은 독서실 스탠드 불빛 아래서 밤을 지새우던 딸의 가냘픈 뒷모습을 지켜보며 남몰래 가슴 졸였던 최애랑 고객은, 이 모든 경사가 부처님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이라 여겼다. 그녀는 새벽부터 정성스레 나물을 볶고 찰밥을 지어 '절봉양' 준비를 마쳤다. 딸의 앞날에 평탄한 대로만 펼쳐지길 빌며, 모녀는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 위해 마이산으로 향했다. 기도로 올리는 감사의 마음은 마이산 탑사의 견고한 돌탑만큼이나 단단하고 높았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웠다. 새벽부터 서두른 탓에 어머니가 몹시 피곤해 보이자, 효녀 서연이가 씩씩하게 운전대를 잡았다.
​“엄마, 내가 운전할 테니까 옆에서 한숨 자. 나 이제 운전 베테랑인 거 알지?”

​딸의 대견한 말에 안심하며 잠시 눈을 붙였을까. 산길의 날씨는 속절없이 변덕스러웠다. 산허리를 감싼 안개가 순식간에 자욱해지더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시야가 좁아진 굽이진 코너 길, 서연이는 긴장한 기색으로 조심스럽게 핸들을 꺾었지만, 수막현상에 미끄러진 차체는 야속하게도 중앙선을 크게 넘어가고 말았다. 그 찰나의 순간, 마주 오던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굉음이 평화롭던 산길의 정적을 무참히 깨뜨렸다.

​“서연아! 정신 차려봐! 괜찮니?”
​정신을 차린 최애랑 고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옆자리의 딸을 살피는 것이었다. 다행히 모녀는 에어백 덕분에 가벼운 타박상에 그쳤지만, 상대 차량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운전자는 60대 어르신이었는데, 고령의 나이 탓인지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핸들 위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채 구조대에 실려 갔다. ​사건 현장을 조사한 경찰의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사고 원인은 '중앙선 침범'. 이는 도로교통법상 중과실에 해당하며, 피해자가 중상을 입은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점장님, 어떡하죠? 우리 딸 이제 막 공무원 임용을 앞두고 있는데… 이 사고 때문에 취업이 취소되면 어떡해요? 제가 운전대를 잡았어야 했는데, 다 제 잘못이에요. 우리 서연이 인생 망치면 어떡하죠?”
전화기 너머 최애랑 고객의 목소리에는 수습할 수 없는 불안감이 섞여 짙게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그 초조함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누구나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법한 깊은 절망이었다.

​당시 나는 사무실로 출근하던 길이었다. 그때, 코드 낸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 설계사로부터 다급한 문자가 도착했다.
"지점장님, 제 고객님 중 중앙선 침범 사고를 낸 분이 계신데, 너무 상황이 안 좋습니다. 혹시 전화 상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이고, 저런. 큰일이네요. 제가 30분 뒤면 사무실에 도착하니, 그때 제 번호로 바로 전화하시라고 전해 주세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정보조회 준비를 우선 준비하고 최애랑 고객과 통화를 연결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흐느낌에 나 역시 가슴이 아릿했다.
​“고객님, 일단 크게 심호흡하시고 제 말 들으세요. 서연 양과 고객님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게 천운입니다. 걱정하시는 공무원 임용 문제는 피해자와 합의만 원만하게 진행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인 보험설계사 고객은 제 고객이기도 해요. 제가 잘 도와드릴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나는 곧바로 계약 내용을 조회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애랑 고객은 자동차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고, 서연 양은 얼마 전 가입해 둔 월 3만 원짜리 운전자보험이 있었다. 그 보장 내용이 이번 사고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지 직감할 수 있었다.
​“고객님, 잘 들으세요. 예전에는 운전자보험이 있어도 형사합의금을 본인이 직접 마련해서 주고 나중에 보험사에 청구해야 했죠? 그러려면 우선 목돈이 필요한데, 서연 양이 이번에 가입한 보험은 최신 약관이라 좀 달라요. 이 보험에서는 보험사가 직접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에요. 즉, ‘피해자 직접 지급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어요. 당장 몇천만 원의 목돈을 구하러 다니지 않으셔도 보험사가 합의금을 피해자에게 직접 송금할 겁니다.”
​그제야 고객의 거친 숨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후의 절차를 차근차근 안내했다. 우선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정식으로 하고, 경찰에는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증명서와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지원특약 내역을 제출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향후 합의 시점이 오면 보험사의 보상직원과 상의하여 적정 합의 금액을 산출하는 법까지 상세히 일러주었다. 그제야 절망의 끝에 서 있던 고객의 목소리에 비로소 미세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드디어 모든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아니었으면 저희 모녀는 지금쯤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요. 덕분에 우리 딸 인생이 다시 빛을 보게 됐습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지동차종합보험과 운전자보험 형사합의지원금 특약 가입증명서로 조사 후 집으로 귀가할 수 있었고, 자동차보험을 통해 피해 어르신의 치료비와 휴업손해, 민사 합의금인 위로금을 해결할 수 있었다.


즉, 운전자보험을 통해 형사합의금을 직접 지급함으로써 법적 처벌의 수위를 낮출 수 있었다. 덕분에 피해자가 중상이었지만 서연 양은 벌금형 수준에서 사건을 종결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벌금조차도 운전자보험의 ‘벌금 특약’을 통해 전액 지원받았다. 무엇보다 부모 자식 간의 가슴을 가장 시커멓게 태웠던 서연이의 공무원 임용도 아무런 문제 없이 무사히 통과될 수 있었다. 만약 합의가 안 돼서 벌금형을 넘어가는 처벌을 받았다면 큰 문제가 생길 뻔한 사건이었다.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어느 청명한 주말, 최애랑 고객과 서연 양은 다시 마이산을 찾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무거운 마음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발걸음으로 말이다. 마이산의 암마이봉과 수마이봉은 변함없이 웅장한 자태로 고난을 견뎌낸 모녀를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지난 사고 때 내렸던 비는 대지를 깊숙이 적셔 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탑사의 돌탑들은 세찬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제 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귀환을 반겼다.

​부처님 앞에 다시 선 모녀는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사고는 찰나였고 고통은 길었지만, 그 고난의 파도를 넘게 해 준 보험이라는 든든한 안전장치, 그리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준 수많은 인연에 진심을 담아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나는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었을 때 대응방법에 대한 보험설계사 교육자료에는 늘 이 사례를 소개한다.

1.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보험사에 교통사고 사실을 알리고, 피해자와 합의 금액을 조율하는데 피해자 진단기간에 따른 합의금 한도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2. 피해자와 합의가 성사되면 형사합의서를 작성합니다. 이때 보험사에서 보험금 직접 지급에 대한 동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3. 작성된 합의서(교통사고사실확인원, 피해자 진단서 첨부)를 보험사에 제출합니다.

4. ​보험사는 사고 내용 및 합의 금액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보험사가 피해자의 계좌로 합의금을 직접 송금해 줍니다.

5. 피해자가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하여 합의가 결렬될 경우,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으로 초기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법원에 합의금을 맡기는 형사공탁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6. 2010년 이전에 가입한 운전자보험에서는 6주 미만 사고에 대해 보상되지 않을 수 있으니, 6주 미만사고는 운전자보험 가입연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응원 한마디가 보험인생 30년의 기억을 기록하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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