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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야 집 정원의 디테일 1 _ 호아킨 소로야

타일 _ 빛과 빛의 반짝임을 그린 화가

by Phillip Choi


< detail of the garden of the Sorolla House, Joaquin Sorolla, 1916. >

무엇을 그린 그림일까?

하양과 파랑의 타일로 마감된 계단위에 점토로 빚은 토기 화분이 올려져 있다. 벽체를 넘어오는 나무의 녹음은 그림의 배경이 되어 화분 밖으로 넘어오는 덩굴과 어우러진다. 정물화를 그린듯 다소 정적인 분위기속에서도 그림자 사이사이로 생기를 더하는 햇빛을 더하여 스페인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호아킨 소로야가 그린 ‘소로야 집 정원의 디테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소로야의 작품이라는 이 그림, 여전히 수상하다. 화가가 즐겨그렸던 아크릴처럼 빛나는 바다의 윤기를 볼 수 없고, 그의 인물화에서 나타나는 선명한 주제의식도 찾을 수 없다. 차라리, 정원을 설계하는 조경가가 각 공간을 어떻게 마감할까 미리 그려보고 살펴보는 도면 스케치의 느낌이 뚜렷하다. 빛이 바랜듯 보여 설계도의 청사진과 같은 선명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림 속 타일과 화분이 각각 어떤 모양과 색상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고자 하였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 이제 다시 제목을 살펴보자면, ‘소로야 집 정원의 디테일’ 이라는, 마치 도면 제목과 같은 표현 역시 수상쩍다.


< Corner of the Garden, Alcazar, Sevilla, Joaquin Sorolla, 1909. >


비슷한 이름을 가진 그림이 또 있다.

1909년 그린 ‘정원의 모퉁이’는 정원의 한쪽면으로 보이는 진입부와 그 안쪽 풍경을 그리고 있다. 정원 안에는 앞선 그림에서도 볼 수 있는 타일 계단이 등장하는데, (앞서 그려진 이 그림의 타일이 같은 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다 선명한 형태와 색감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림 속 높이 솟은 사이프러스와 녹음진 나무를 지나 정원에 들어가면 당장이라도 이국적인 파티오에 들어가 휴식하며 정원을 감상할 것만 같다.


그림의 작가는 스페인의 인상주의 화가 호아킨 소로야이다. 그는 반짝이는 빛의 찬란함을 명확하게 표현하였고, 그 때문에 루미아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하였다.

< Self Portrait(왼쪽). Washing the Horse(오른쪽). Joaquin Sorolla. 1909. >

사실 작가의 화풍은 그 작품의 많은 배경이 되는 바다 그림에서 두드러진다.

발렌시아 해변을 뛰어노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햇볓에 반사되는 반짝이는 피부를 가지고 있고 목욕을 마치고 올라온 말의 근육은 유니콘의 그것마냥 매끄럽다. 인상파 화가들이 풍경에 투영되는 빛의 순간성을 담고자 하였다면, 호아킨 소로야는 사물에 투영된 빛이 응축되어 새롭게 발현되는 듯한 찬란함을 표현하였다. 특히, 그가 나고 자란 발렌시아가 바다는 화가의 독특한 빛 해석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배경이 되어 주었고, 우리에게 알려진 화가의 그림 역시 대부분 바다를 그려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그의 작품집 제목 역시 ‘호아킨 소로야 - 바다, 바닷가에서’ 이다.


소로야의 바다 그림은 대부분 사람을 담고 있다. 때문에, 그는 훌륭한 초상화가이며 인물화가로 알려져 있다.

아내 클로티데를 그린 여러장의 그림부터 시작하여 그의 유작이 된 아얄라 부인의 초상화에 이르기까지, 호아킨 소로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찰을 바탕으로 본연의 표정을 담아내는 작업을 충실하게 수행하였다. 인물화의 대상은 딸 마리아를 시작으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였고, 특별한 주제를 담은 그림도 여러 작품을 그려내었다. 특히, 미국 히스패닉 협회(Hispanic Society of America) 의 의뢰로 시작한 ‘스페인의 지방, 스페인의 풍경(The Provinces of Spain; Vision of Spain)‘ 대작은 당시 스페인의 독특한 풍경과 문화를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통해 생동감있게 표현한 그의 대표작이다.

< 스페인의 지방, 스페인의 풍경 연작. Joaquin Sorolla. 1913. >


한편으로는 호아킨 소로야는 그의 집과 특히 정원의 모습을 자주 그리기도 하였다. 1910년대 이 후, 그의 후기작들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그의 정원 경관이라들지 정원에서 일상을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이 적잖이 등장하고 있다. 앞에서 본 두 그림에서 의심하였듯이, 사실 그는 집의 형태를 스스로 그리고 정원을 계획한 설계자이자 정원가이기도 하였다. 취향에 맞는 여러모양과 색의 타일을 구하여 계단과 수영장을 꾸미고, 각종 꽃과 식물 뿐 아니라 화분과 수경시설에도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곤 하였다.

그의 정원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타일은 사뭇 독특한 그림의 소재이기도 하다. 스페인 옛 무어왕국으로부터 유래하는 이슬람 정원의 영향으로 그의 정원 역시 다양한 색감과 모양의 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덕분에 다른 화가들의 그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상의 타일들이 돋보이는 그림들이 두드러진다. 하늘 위 이상향의 빛을 담은 것일지도 혹은 눈이 시리게 새파란 하늘과 바다빛을 담은 것일지도 모르는 파란색감은 정원과 집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그림을 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시선까지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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