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_ 자연의 위로와 구원을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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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는 그리스 신화 속 무지개 여신인 ‘이리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녀는 인간과 신들의 세계를 연결하는 전령이었는데,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실 아이리스는 반고흐가 활동한 프랑스의 국화이기도 하다. 5세기 프랑스를 통치하던 클로비스 왕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아이리스가 3개 그려진 방패를 주었는데, 이 방패를 든 왕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아이리스는 프랑스 왕가의 문장이 되고 국화가 되었다. 세갈래로 갈라진 꽃잎의 노란색 아이리스(플뢰르 드 리스)는 ‘신뢰, 지혜, 용기’ 를 의미한다고 하니 왕실을 대표하는 품위 있는 꽃으로 읽힐만하다. 오늘날까지도 종교, 예술, 왕실의 여러 분야에서 상징으로 남아있는 플뢰르 드 리스 문양을 배경으로, 아이리스는 세계 4대 꽃 중 하나로 불리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리스를 붓꽃으로 부른다. ‘꽃봉오리가 먹을 품은 붓’과 같다 하여 ‘붓꽃’ 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종류로 수창포 또는 창포붓꽃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데, 우리에게는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4월 초에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5월까지 볼 수 있는데, 꽃잎의 하늘하늘한 아름다움은 화선지에 그린 수목화의 풍경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붓꽃이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게 해 준다는 의미를 가져 유생들이 벼루 옆에 꽃을 꽃아두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과연 아이리스와 수목화의 그림이 의미 있다 하겠다. 비라도 한번 내리면 이겨내지 못하고 꽃이 떨어지며 시들어버리는 특성은 과연 수목화로 담담하게 받아낼만한 성격이며, 활짝 핀 붓꽃의 소중함을 더하게 한다.
아이리스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땅속에서 겨울을 나는 뿌리를 가졌다. 매해 봄에서 초여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꽃을 쉽게 피어내는 터라 요즈음에는 반려식물로도 인기가 높다. 양지를 좋아하며 이름의 유래와 같이 꽃이 크고 색감이 화려하여 포인트 식물이나 실내 장식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특히, 빈센트의 그림에 표현되어 있는 보라색이 대표적인 아이리스의 색감인데, 세장의 꽃잎이 위쪽으로, 다른 세상의 꽃잎이 아래쪽으로 펼쳐쳐 수려한 나비 모양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꽃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아이리스는 그 오일에서 나오는 향이 좋아 향수로 유명한데, 사실 이 향은 아이리스의 뿌리에서 생산된다. 1톤의 아이리스 뿌리를 모아 겨우 2kg의 오일을 얻을 정도로 귀하게 생산되는 오일인데, 특히 이탈리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오일이 유명하다.
붓꽃은 단오 이야기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우리의 연못이나 늪이 있는 장소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렸을 적 찾아뵙던 할머니댁의 돌담장 아래 소복하게 피어있던 보라색의 붓꽃은 흐릿한 어린시절의 기억속에서도 생동감있는 색감을 뽐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집앞 마당이 아파트 정원이 되고 동네 개울가가 공공의 공원으로 변신하는 근래에 들어서는 붓꽃을 주제로 삼은 특화 정원들이 돋보이기도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이리스 정원은 서울 창포원을 들 수 있다. 특수 식물원이자 생태공원으로 지정된 창포원에는 130여종의 아이리스가 30만본 이상 식재되었다. 특히, 독일붓꽃 - 부채붓꽃 5~6월경 만개하는 붓꽃이 많아, 초여름 만개한 꽃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최근 준공된 세종시의 국립세종수목원도 붓꽃을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사실, 붓꽃은 세종수목원의 상징 식물이기도 한데, 국내외 붓꽃 100여종 이상이 심겨져 있다. ‘붓꽃 전문 전시원’이 조성되어 있고 매년 5월에는 ‘붓꽃이 피어나는 버스여행’ 과 같은 특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여 보다 전문적으로 붓꽃을 감상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밖에도 전국 대부분의 식물원이나 수목원의 한켠에는 초여름 방문객을 맞이하는 붓꽃의 진한 보라빛을 쉽게 발견 할 수 있으니, 늦은 봄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