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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축제, 센트럴파크 1 _ 모리스 프랜더캐스트

센트럴파크 _ 도시 공원을 그린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by Phillip Choi
< May Day, Central Park. 1900~1903. Maurice Brazil Prendergast. >

키 높은 나무들이 줄지어 심겨진 공원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다.

햇볓이 따가운 날인지 다양한 색상의 양산을 쓰고서 앉거나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수채화로 그려내 흐릿한 듯 표현된 빛과 어두움은 공원 숲의 깊이를 더하며 다양한 층위의 활동을 밝힌다. 물감의 차이때문일까? 유럽 인상주의 작품의 반짝임과 입체감을 볼 수 없지만, 약간은 몽환적인 모양으로 경계가 사라지는 뭉게지고 겹쳐지는 여러 인물들은 빛과 어두움 각각의 부분속으로 저며드는듯 배경의 일부로 결합되고 있기도 하다.



< May Day Central Park. 1901. Maurice Brazil Prendergast. >

오월의 센트럴파크를 그린 화가의 다른 연작, 1901년 ‘오월의 축제(May Day)’에는 보다 생동감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축제를 기념하는 오월의 기둥(Maypole) 을 둘러싼 사람들은 여러 갈래의 끈을 붙잡고 기둥을 중심으로 돌고, 하얀옷을 차려입은 소녀들은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며 한껏 고조되어 있다. 화가는 커다란 나무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을 나무 가지와 지면에 방향성있게 표현하고 있는데, 수채화임에도 불구하고, 인상파 화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산되는 생생한 빛의 역할이 돋보인다. 이러한 빛의 스펙트럼을 따라 공원의 배경과 비슷한 톤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그림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일체감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점은 1900년대 초에 그린 센트럴 파크 오월제 연작에 유모차를 타고 나온 아이와 그를 돌보는 이들의 모습이 계속하여 등장하는데, 무엇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화가의 관심을 끌었는지 자뭇 궁금하기도 하다.



< 나비파의 대표작. 부적. 1888(왼쪽). 강변의 세탁부. 1892(오른쪽). 폴 세르지에. >

이렇게 독특한 표현력은 프랜더개스트를 가장 독창적인 후기인상주의 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는데, 유럽 그림 여행중에 인상파와 나비파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흔적이 그 그림에 남겨져 있다. 그림의 주제와 인물의 구도에서 조르주 쇠라를, 빛과 사람의 표현에 있어서는 폴 세잔를, 나뭇잎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하는듯한 그의 그림은 한편으로는, 앞선 이들과는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다시 한번, 수채화의 붓을 빌려 그만의 작업으로 재현한 독창적인 화풍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그룹 에이트 대표 그림. 밤의 하이 브리지, 뉴옥시. 1910~20. 어니스트 로슨(왼쪽). 뉴욕의 눈. 1902. 로버트 헨리(오른쪽). >

포리스 프랜더캐스트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미국 보스톤으로 이주하였다. 가난하였으나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십대 시설 상점에서 간판과 포스터를 그리는 일을 하며 그림 기술을 익히기도 하였다. 그 후, 액자상을 하던 동생의 지원을 받아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로 그림을 공부하러 갔다. 그곳에서 그는 같은 캐나다 화가 제임스 모리스(James Morris)를 비롯하여 많은 캐나다 미국 화가들과 교류하였는데, 이는 1907년에 결성한 미국 미술가 그룹 ‘에이트(8)‘ 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서술했듯이, 프랑스 유학 당시 그는 유행하던 인상파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폴 세잔과 조르주 쇠롸와 같은 후기 인상주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 Château Noir. 폴 세잔. 1900-1904(왼쪽) The Water-Lily Pond. 클로드 모네. 1917~1920(오른쪽) >

특히, 에이트 그룹 결성 시점을 전후로 그는 수채화에서 유화로의 화풍 전환을 이루는데 폴 세잔이나 모네 등의 추상적인 기법에서 모티프를 따와 그만의 모자이크 방식으로 평면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도하였다.



< Franklin Park. 1896~1897(왼쪽). Carnival, Franklin Park. 1897(오른쪽). >

보스톤과 뉴욕에 살았던 그는 지역의 대표적 공원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는 특히 그가 머물렀던 공간의 공원과 정원들을 많이 그렸는데, 그곳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사과 모임을 기록하듯 그려내었다.


< Central Park. 1901(왼쪽). Central Park. 1914~1915(오른쪽). >

특히, 뉴욕의 센트럴 파크를 그린 그의 그림은 5월의 축제로부터 독립기념일 축제, 계절의 변화를 배경으로 그린 마차들의 행진 등을 그렸다.

때문에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공원은 공원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 보다는 그곳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일상의 배경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고, 마치 요즘 대중 사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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