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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Whispers _ RHS Show

정원이 속삭이다 _ HY Choi & YG Choi

by Phillip Choi
< 저녁의 데뎀 계곡. 존 컨스터블. 1802. >

영국의 자연주의 정원은 학창시절 서양조경사 교과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조경 사조였습니다. 영국왕립원예협회 플라워쇼의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숙소인 쉐필드로부터 웬트워스 우드하우스를 오가는 삼십여분의 시간동안, 존 컨스터블의 그림에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경관은 차창밖으로 보이는 당연스러운 출퇴근 풍경이었습니다. 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우리와는 달리 완만하고 드넓은 평지로부터 오는 시선의 차이로부터 시작되었을지, 타국을 오가는 여행자 특유의 ‘달라’병에서 기인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깨긋한 공기덕에 지평선 끝까지 한눈에 담기는 이국적인 풍경은 영국인들의 정원친화적인 태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자연주의 풍경위에서 땅을 걷어내고 인간의 시선을 더해 다시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한다는 것이 무슨 모순적인 상황인가 싶지만서도, 본능과도 같은 자연에 대한 동경은 인간 역사를 관통하여 반복되는 어리석음을 극복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번 RHS Flower Show Wentworth Woodhouse 는 쉐필드 옆 시골에서 진행되었고 7만원에 달하는 입장료가 있었음에도 매일 수만명의 방문객이 찾을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존 컨스터블의 그림 풍경을 배경으로 총 31개의 정원이 조성되어 관람객들을 맞았는데, 같은 자연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디자인과 생각을 펼쳐낸다는것이 대단한 매력이기도 하였다.


정원을 조성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열하루. 수백키로를 달려 주변 농장을 전부 훑어보는 노력과 하루 열두시간을 넘기는 고된 작업을 거쳐 우리 정원 Garden Whispers 를 완성하였고, 공식으로 오픈하기 전 심사위원들의 두번에 걸친 까다로운 평가가 있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우리 정원은 Silver Gilt 를 수상하였다.

* Silver Gilt 는 영국 특유의 수상체계로 Gold 에는 못미치지만 Silver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 수상의 격을 말한다 *


Garden Whispers 를 소개하는 아래의 문장들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푸르른 오아시스의 한가운데,

숲 안개 사이로 속삭임이 흘러가는 그곳에

고요하면서도 변덕스러운 성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축복을 받은 손길로 빚어진 공간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우아하고 대담한 흰빛 기둥들의 발레.

리듬을 따라 솟아오른 기둥들은

부드러운 흰 물결처럼 굽이치며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진 춤을 만들어냅니다.


질서 속 혼돈처럼 선 이 기둥들은

푸른 하늘을 떠도는 구름을 닮아 있으며,

열려 있으면서도 사적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 안에서는 시선이 정원을 만나고, 세상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장난기 어린 흰 기둥들이 둘러싼 경계 안,

밝은 캐노피 아래 낙원이 피어납니다.

햇살 아래 초록 잎 사이로

선명한 색들이 생기 있게 터져 나옵니다.

맑고 얕은 물웅덩이 옆에 앉아,

이슬방울처럼 생긴 쿠션에 몸을 기대고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삶을 천천히 되새깁니다.

이곳은 바라보는 풍경마다 새로운 감각을 선사하는 쉼터입니다.


이 정원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느끼는’ 공간입니다.

고요하면서도 비현실적인 경험이 어우러지고,

정원의 속삭임 속에서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립니다.

자연이 진심을 드러내는 이 신비로운 장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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