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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대생의 취업, 그리고 20년 전의 조언

잘 살고 있지?

by 으랏차차 내인생

체대생의 취업, 그리고 20년 전의 조언


체육학과를 졸업한 후, 운동 관련 일이 아닌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복수전공을 하거나 다양한 스펙을 쌓아야 하고, 남들과 차별화된 강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운동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체대생들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20년 전,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한 학번 아래였지만 나이는 같았던 그 후배는 조교로 일하던 내게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하면 위트 있게 쓸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나는 체대생으로서 가진 강점을 살리는 방향을 제안했다.

어차피 우리에겐 몸을 움직이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를 줬다.


“체대생의 특기를 살려보는 게 어때?”


그 친구가 지원하는 회사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짧고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함께 제출해보자고 권유했다.

만약 영상이 어렵다면, 면접장에서 직접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생각한 콘셉트는 이랬다.


1.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 튐틀(도약대)을 준비한다.

- 튐틀에는 경쟁사의 로고를 붙인다.

- 힘차게 도약하여 뛰어넘는다.

- 착지 후, 카메라를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저는 남들보다 모든 난관을 더 잘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2. “저는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두세 명이 경쟁사 로고를 달고 함께 단거리를 뛴다.

- 후배가 그들을 앞질러 결승선을 통과한다.

- 숨을 고르며 멘트한다.

**“저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체대생만의 강점을 살려 면접관들에게 위트 있고 창의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몇 가지 아이템을 더 제안했다.

기업의 특성과 지원 직무에 따라 조금씩 변형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체육학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리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히려 체대생이기에 가질 수 있는 장점과 차별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 후배는 결국 당당히 합격했다.

물론 내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기분이 좋았던 건 분명하다.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체대생도 충분히 기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벌써 20년이 지나버린 이야기지만,

그때처럼 여전히 도전하고 살고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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