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 유람선

스위스의 여름

by 천혜향

스위스에는 호수가 많다.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떠다닌다.
유람선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물과 대자연을 감상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면, 구름이 멀리서 온 나의 마음을 쓰다듬는다.
주변의 나무와 건축물들도 조용히 인사한다.
인생도 이 스위스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다.
파도치는 바다나 서핑하며 느끼는 스릴이 아니라,
한결같이 잔잔한 호수처럼 살고 싶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인생은 바다의 파도처럼 풍파를 겪어야 한다.”
또 누군가는 “서핑처럼 스릴을 즐겨야 재미있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조용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그저 평온하게 살고 싶다


흔히 한국을 ‘신나는 지옥’, 북유럽을 ‘지루한 천국’이라고 한다.
이곳 스위스도 지루한 천국에 속하리라.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신나는 지옥보다,
재미나 스릴은 적어도 마음이 평안한 지루한 천국을 택하고 싶다.


오래전 홍콩과 마카오를 여행했을 때가 생각난다.
고속페리를 타고 이동했는데, 멀미에 몸이 뒤틀리고 두려움에 숨이 막혔다
다신 이런 경험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물 위를 떠다니는 배라도, 느끼는 행복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보트, 고속페리, 뗏목은 나에게 두려움을 준다.


하지만 유람선은 다르다.
천천히, 여유롭게 바람을 느끼며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다.
아무리 오래 타도 질리지 않고 두렵지 않다.


질풍노도의 사춘기에는 고속페리를 타는 듯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고,
20대 청년 시절에는 서핑처럼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넓고 깊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타이타닉호처럼 평온하다가도,
언제 태풍이 몰아칠지, 파도가 칠지 몰라 마음이 불안했다.

이제 나는 평온해지고 싶다.

잔잔하고 안전하게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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