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추억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밧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탐험하라. 꿈꾸어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10여 년 전, 나는 뜻밖의 행운을 맞았다. 교사 학습 연구년제에 뽑힌 것이다.
그 순간, ‘신은 나를 외면하지 않으셨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동안 배신과 실망 속에서 지쳐 있었지만, 이제야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크게 상처받아 본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몇 년 동안 매일 이어진 야근과 끝없는 업무에 마음은 지쳐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리고 찾아온 1년의 안식.
나는 결심했다. “이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자.”
가장 먼저 이루고 싶었던 것은 혼자 떠나는 해외 배낭여행.
오직 나 혼자, 아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체험하는 여행.
그러나 막상 계획을 세우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멀고 낯선 유럽, 영어로 대화를 해본 경험 없는 나, 장거리 혼자 여행도 처음인 나.
그때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밧줄을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탐험하라. 꿈꾸어라. 발견하라.”
나는 결심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하겠다.’
여행지는 북유럽, 핀란드.
무민과 교육 강국으로 유명한 나라. 직항도 가능하고 안전하며, 첫 여행에 적합한 곳이었다.
막상 떠나보니 생각보다 가까웠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영어도 통했다.
무엇보다 나를 매혹시킨 것은 헬싱키 대성당이었다.
크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묘하게 마음을 끌었다.
헬싱키는 수도이자 중심지임에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 탁 트인 광장과 주변 풍경.
“내가 북유럽에 왔구나”라는 실감과 함께 마음이 탁 트였다.
광장 계단에 앉아 있으면, 발밑을 스쳐가는 뚱뚱한 핀란드 갈매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모든 것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녹색 지붕 위 금빛 십자가가 햇빛에 반짝이고, 돔 모양 지붕의 황금빛 장식이 은은하게 빛났다.
흰색 건물은 마음을 맑게 하고, 평화와 안식을 선물했다.
같은 해 봄, 패키지 여행으로 이탈리아 성베드로 대성당을 보았다.
장엄하고 화려했지만, 마음은 편안하지 않았다.
복잡한 인파 속에서, 수많은 조각상과 대리석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들,
과거 사람들의 고단한 땀과 희생을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해졌다.
반면 헬싱키 대성당은 달랐다.
절제된 아름다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정갈하고 깔끔하며 인간적인 느낌이 배어 있었다.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흰 벽과 금빛 십자가,
바람에 살랑이는 나무 그림자, 잔잔히 들리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화려함은 순간적으로 마음을 사로잡지만 금세 식는다.
절제된 아름다움은 처음에는 강렬하지 않아도, 오래도록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튀지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매력.
그것이 핀란드의 진짜 매력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도 이렇게 해야 오래 유지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