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파랑새를 찾아

by 천혜향

겨울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길고 긴 계절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겨울은 종종 고통스럽고, 특히 병을 앓는 사람에게는 더 혹독한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계절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아내며 견뎌냅니다.
따스한 봄이 다시 찾아올 것을 믿으며.




따뜻한 거실 한가운데서
김 오르는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면
그 작은 온기가 손끝에서 마음까지 번져
겨울의 긴 그림자를 조금은 밀어낸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
커피 향은 평소보다 더 짙다.
촉촉한 공기 속에 퍼지는
은은한 향은 새로운 위로가 되어
우리의 귀갓길을 따라온다.


뜨끈한 노천탕에 앉아 자연을 감상하면
뜨거운 물과 차가운 공기가 맞부딪히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위로 눈송이가 내려앉을 때,
차갑고 가벼운 것들이 따뜻한 것들과 만나
한순간 솜털처럼 부드러워졌다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 짧은 순간에,
우리는 사라짐의 아름다움을 배운다.


편백나무 사우나의 뜨거운 숨결 속에서
몸이 천천히 사르르 녹아내릴 때,
이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유일한 사치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편백나무향은 잠시 아픈 곳을 잊어버리게 한다.


반짝이는 트리를 꾸미고,
난롯가가 있는 카페에서 책장을 넘기고,
집 안의 포근한 침대에 몸을 묻는다.
털모자와 두툼한 재킷 속에 파묻히면
이 세상 어디에도 나를 알아보는 이는 없다.
오히려 그 익명성 속에서
잠시 살아 있다는 느낌이 되살아난다.


뜨끈한 국물 한 숟갈은
냉랭한 마음에 스며드는 겨울의 편지 같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집이 있는 것도

겨울을 아늑하게 보낼 수 있는 축복이다.


그리고 파충류와 벌레들이 모두 잠들어
세상이 한결 조용해지는 것도
겨울만의 은근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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