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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지는 벚꽃 피는 풀꽃

by 하름구늘


내가 매년 가는 벚꽃길이 있다.

그저 자연스레 발이 가는 곳,

사실 지금도 이 곳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이번 년도는 작년보다 사람이 늘었다는 것 하나만 알고 있다.

비행운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더욱 그렇다.

아주 빨리 없어질 비행운 하나에 그렇게 신나한다.

그 찰나를 놓칠까 혼자 마음도 졸인다.

그만큼 나에게는 귀한 장면이다.

이 날은 딱 차에서 내리는데 비행기가 지나갔다.

이런 순간을 좋아한다.

예기치 않은 행복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지만,

너무나 완벽한 날이지만,

휑하다면 휑하다고 느낄 수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행운을 곁들인 황혼의 벚꽃은 설렐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꾸며지지 않은 벚꽃길을 좋아한다.

그저 피어난 벚꽃들을 좋아한다.

주변의 집, 차, 도보와 어우러진 벚꽃을 좋아한다.

하나의 나무로 자리하고 있는 벚꽃을 좋아한다.

벚꽃이 저무는 해의 색감을 머금는 순간도 좋아한다.

분홍벚꽃과 하얀벚꽃 중 하얀 벚꽃을 조금 더 선호한다.

분홍벚꽃이 주는 밝은 해사함도 좋지만,

하얀벚꽃이 주는 그 안도감

하얀벚꽃이 만개한 나무 밑으로 가 그 위를 쳐다보면,

꼭 나 혼자 있는 기분이 든다.

아무도 살지 않고 아무도 없는 곳에 있는 기분

나까지 하얀 사람이 되는 기분


가는 길에 본 그 생김새가 조화로운 풀꽃

요즘 식물에 관한 책들을 보는 중이다.

이 친구가 한 몫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식물이나 풀꽃에 대한 명칭을 알고 싶어서였다.

이름 모를 풀꽃도 좋지만

이 꽃을 기억하고, 기억해두고 싶었다.

결국 찾지 못했고 기억에만 담아두는 중이다.

같이 있던 사람에게

이 또한 나의 꽃으로 둘거야, 했고

실없이 웃었다.


맑은 아침에서의 벚꽃도 좋지만

해가 넘어가는 그 시점의 벚꽃을 참 좋아한다.

노을의 색감을 전부 받아내며 시시각각 변하는 색감을 좋아한다.

그 색감은 매일 다르다.

노을이 그렇게 한다.

그럼 벚꽃은 그저 노을이 주는 색으로 옷을 입는다.

그러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다시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물론 이것마저 나라는 인간의 잣대로 쓴 생각이지만,

옷을 갈아입는다라는 표현은 그 순간에 적합했다.

그 순간을 좋아한다.

그 찰나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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