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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의 기억

자박자박

by 하름구늘


사실 발로 걸어 다녔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걸었어요

걸으면서 느끼는 그 바람은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고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바람들이니까


길게 뻗은 도로

이 도로를 참 좋아합니다

속도를 빠르게 갈 수도 없고

규정된 속도로 길게 쭉 뻗은 도로를 달리면

머리 위로는 수많은 비행기들이 지나가고

다들 일정한 속도로 달려가는 그 기분

옆에는 바다 위에는 비행기, 구름

여러모로 좋은 날들입니다


서해를 가다가 찍은 아름다운 황혼에서의 구름

목이 메는 풍경입니다

어떻게 이런 색감을 가질까요

카메라로는 실물의 절반도 못 담았다는 사실

눈으로 볼 수 있는 색감과 느낌을 담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너도 나도 그 카메라를 사려하지 않을까요?

저였다면 아마 홀린 듯이 사려했을 듯합니다

그 황홀한 시각적 추억을 어떻게 놓치겠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담으려 할 거 같아요


낙산공원은 갈 때마다 힘들었는데

왜 항상 머릿속에 남아 있을까요?

갈 때마다 날이 흐리고,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가는 날마다 좋을 게 없었는데

항상 머릿속 한편에 자리해 있습니다

왠지 이렇게 딱 정의할 수 없는 날 가고 싶은 마음

그러면 안 되지만

저 성벽을 밟고 일어나 판판한 돌 위에 앉아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혼자 혹은 같이 멍하니 바라보고 싶은 마음


바다를 보고 싶을 때 가기 좋은 곳은 서해만 한 곳이 없습니다

바다 냄새가 물씬 나고, 약간의 축축함을 가진 곳

명백하게 동해 바다가 맑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 바다를 놓칠 수 없는 이유는

아마 그것이 아닐까요

동해가 가진 매력과는 다른

그 서해만의 매력

비겁하다 욕하지마가 절로 떠오르는 그런 곳


사실 전 한강의 다리의 이름을 모릅니다

저번에 성수대교 예쁘다 하는데 성수대교가 아니었구요

뭐 예쁘다 하면 그것도 아니었구요

그냥 다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저는 모든 다리를 다 성수대교라고 부릅니다

어여쁘면 되었다.

서울은 참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서울이 가지고 있는 그 반짝거림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으니

깊은 밤이 되어서라도 한 번씩 서울을 보고 오는 건

뭐랄까

두근거리기도 하고, 왠지 쓸쓸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아름다우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를 가기 전

발걸음이 닿은 어느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날은 겨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하나도 춥지 않았다는 것과

궁금해하고,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다 가보게 되었던 날이었습니다.

저를 위해 저에게 맞춰 주는 당신이

항상 고맙고 고맙고 고맙고..


언제나 가도 언제나 예쁜 공원

간헐적으로 나오는 저 분수가

마음을 일렁이게 하구요

황혼의 호수는 늘 아름답습니다

옛날에는 공원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는데

지금은 조형물이든 체험공간이든 많이 생겼어요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닌데,

그저 가끔 옛날이 생각날 때가 있다는 것

변화는 늘 달갑지만은 않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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