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제 왔어?
당신은 그날 제게 그렇게 물으셨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금 저분이 나한테 한 말인가?
-취하셨어요?
제 황당함이 묻어있는 대답에 당신은 그냥 웃으셨습니다.
취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나, 싶었어요.
제가 봤던 그날의 당신은 그리 술을 드시고도 분명 취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당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저는 또 당신의 앞에 앉아있었어요.
얘기를 조금 들어보니 집안 어른들과 술자리를 하고 왔다 하셨습니다.
술을 많이도 드셨더라구요.
당신은 제게 말을 낮췄고, 저는 그 상황이 그저 웃겼어요.
연거푸 웃음을 푹푹 내쉬던 당신이 마냥 웃겼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파장을 향해 가고 있을 즈음 도착해서,
슬슬 일어나겠구나 하며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지인들을 앞서 끌며 어디론가 향하시더라구요.
그것도 참 웃겼어요.
그날의 당신은 계속 웃기기만 하셨습니다.
계속 웃기도 하셨구요.
그렇게 취기가 오를 만큼 오른 당신과 여럿이서 허름한 포차에 도착했습니다.
그때부터 당신은 저를 집요하게도 괴롭히셨습니다.
제가 하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사족을 붙이시면서 말이에요.
-이거 봐, 저 싫어하신다니까요
첫날 했던 말을 다시 꺼냈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취하실 대로 취하셨고 기억도 못하시리라 생각했기에
그 말에 당신은 다시 푹푹 웃으셨습니다.
참 웃겼던 기억이었어요.
안타깝게도 그 술자리의 마지막은 당신이 지인에게 실려가는 모양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저도 돌아오는 길에 웃긴 사람이 맞았구나, 생각하며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다음날 당신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으레 묻는 술 자리 다음날의 안부를 묻고, 우리는 별 일 없는 말 들을 주고 받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미지근한 연락을 간간히 이어가다 당신이 여쭤보셨습니다.
-놀러 가도 돼?
제가 일하던 곳으로 오시겠다던 말
늦은 시간이었고, 으레 놀리시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세요!
라고 답장하고 저는 마무리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늦은 시간엔 손님이 없고,
저는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키워두고 정신없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 당신이 문을 열고 들어 오셨습니다.
-온다고 했잖아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저희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