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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1)

기록

by 하름구늘


-혹시 저 싫어하세요?


D,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제가 건넨 첫마디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당신이 저를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고개도 들지 않고 연신 밥을 먹는 당신이

제가 있음으로 불편해 하시나 하면서요.

하필 저는 당신의 앞자리에 앉았고,

하필 당신은 낯을 무던히도 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건넸던 말이 공중으로 휘발되면서

저도 그냥 당신이란 사람을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는 무르익고,

운전을 하신다는 당신만 술을 드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술도 들어갔겠다, 당신께 여쭤봤어요.


-혹시 저 싫어하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례한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참 어렸습니다.

당시의 그 말이 어떻게 전달될지 생각도 않고

툭 튀어나간 말이 싫어하세요 라니

얼마나 우스우셨겠습니까.


-예? 아니요, 아니에요


그런 얼토당토않는 질문에 당신은 제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이 사람은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처음엔 신기했어요, 이렇게까지 낯을 가리는 사람이 있나 했습니다.


-죄송해요, 아무 말씀도 없으시길래 불편하신 줄 알았어요


전 당신께 그리 대답하고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구태여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 이후 더 불편해 보이셨다면, 제 착각이었겠죠.


같이 자리를 지키던 지인들이 당신께 집요하게도 술을 권했고,

결국 당신은 참던 술 한잔을 들이켜고

다 함께 장소를 옮겼더랬죠.


저는 당신이 그리 술을 좋아하시는 줄 몰랐습니다.

한번 들어간 술은 당신에게만 붙어있는 반려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런 사람이었나 되게 웃긴 사람이네

그저 이렇게 생각하며 한잔 두 잔 잔을 공유하고,

시간은 점점 흐르며 서로는 얼큰하게 취기가 올랐습니다.


점차 당신은 저에게 농담도 던지고 말도 붙여 주셨습니다만,

꿋꿋하게 제 눈을 쳐다보지는 않으셨습니다.

찰나의 눈 맞춤이 있을 새라 당신은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셨습니다.

그런 당신이 괜히 얄미워서 저는 더 당신의 눈을 쳐다봤습니다.

어쩜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 술자리는 파장을 맞이했습니다.

괜히 아쉬운 마음이 일었지만 다시는 볼 일 없으리라 생각했고,

기약 없는 다음을 말하며 그렇게 우리는 안녕을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잊고 지내던 당신이 다시 한번 저와 마주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왜 이제 왔어?


이 말은 저희가 두 번째 만났을 때,

당신이 제게 건넨 첫마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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