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을 말하는 것

by 하름구늘


며칠 전 카페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라 주문이 한참 밀려있더라구요. 어찌나 바삐 움직이시는지 멍하니 쳐다보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 할 때쯤이었을 겁니다. 음료를 전달해 드리는 과정에서 음료가 쏟아져버렸어요. 주문 순서가 밀려있어 기다림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가장 싫어했을 법한 상황이 벌어져버린 겁니다.

여러 탄식이 주변에서 들려오는 중에 해당 음료를 주문하신 분께서 바로 휴지를 뽑아 음료가 더 퍼지지 않게 막아주시고는, '담겨있을 때는 얼마 안 되어 보이는데, 이렇게 쏟아지면 참 많죠?' 하며 같이 정리를 해주시더라구요. 그 장면을 직접 본 게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 한마디를 하실 수 있다는 게 참 멋있는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불편하셨을 법도 한데 말이죠. 다른 이를 보듬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그분이 참 멋있었습니다. 혼자 음료를 받고 곰곰이 그 상황을 되짚어보면서 집에 돌아온 기억이 있네요.



언제 한 번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잘 배운 다정함을 좋아한다는 말이요. 그분을 보고 딱 그 글이 떠오르더라구요. 잘 배운 다정함. 몸에 밴 다정함을 저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꾸며낸 다정함도 좋아합니다만,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올 수 있는 다정함은 이길 방도가 없습니다.

제가 마주한 분들 중에 다정했던, 다정한 그런 분을 떠올려 보려고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깊게 떠올리기도 전에 이미 머릿속을 점령한 분들도 계시고, 가까운 관계에 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찰나를 만나고 스쳐가는 분들이라도 예쁜 다정함을 받았던 적도 많았고, 동고동락할 정도로 친했던 분들이더라도 다정함을 느껴보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다정함이라는 것은 친밀도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그런 생각으로 마무리가 지어질 때쯤 스스로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나는 다정한 사람인가? 다정한 척을 하려 하는 것인지, 말대로 잘 배운 다정함을 가졌는지.

아마.. 다정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배려하려고 노력을 했던 사람이었을 뿐이지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무지막지하게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정함을 지니신 분들이요. 사실 그분들께서도 무던히 노력하셨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부럽더라구요.

아무리 애를 써본다고 해도 전 배려를 노력하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만 들더랍니다. 다정한 스스로를 발견한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생각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말이죠.

조금 슬퍼지기도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다정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다정하지 않다니, 참으로 모순이네요. 홧홧한 얼굴을 붙잡고 열심히 반성했던 날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다정해보려 해요. 많이 힘든 여정일 듯합니다만, 열심히 노력해서 저도 다정한 사람이 되어보려구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서 누군가가 저로 인해 미소 짓거나 행복을 찾길 바라려구요.



다정한 마음을 만나신 적이 있으십니까?

다정은 네모난 마음을 둥글게 만들어 주는 듯합니다.

잘 배운 다정함을 지닌 한 사람 덕분에 행복해지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꾸준히 품고 살면 언젠간 다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내야겠습니다.

잘 지내고 계십니까? 날이 많이 춥습니다, 부디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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