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에게
너는 여전히 내 눈에 아가인데, 너무 작고 소중한데. 네가 아프면 나는 정말 어쩔 줄 모르겠어. 네가 아팠던 적이 많아서 더 그럴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나는 늘 네게 아픔을 주는 걸까. 내가 또 어떻게 부족해서 널 아프게 만들었나.
이미 너는 조금 아픈 것 같았는데, 그걸 또 내가 늦게 알았어. 하필이면 장마였고, 하필이면 차가 고장 났어. 차를 고치고 가자 해서 하루를 기다렸는데, 갑자기 덜컥 무서워졌고 그걸 못 견디겠어서. 비가 억수처럼 오는데 무작정 들쳐 매고 나갔어.
이것도 내 욕심이었을까. 밖을 무서워하는 네게, 나는 차로 너를 데려갔어야 했나. 담요로 꽁꽁 싸맸어도 부족했었을까. 그냥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나갔던 거 같아.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 그냥이었어.
병원에 도착해서 그저 내 품만 파고드는 네가 어찌나 아프던지. 어찌나 미안하던지. 땀이 범벅되어서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던 거 같아. 검진을 받고 주사를 맞고 하는 내내 한 번을 울지도 않고 품속에만 있던 네가 또 어찌나 아프던지.
목을 둘러싼 플라스틱이 불편하진 않은지, 약 먹기 싫어하는 네게 또 계속 약을 먹여야 하는지, 주사가 아프진 않은지 혼자 참 이런저런 걱정이 계속 들었어. 눈물인지 땀인지 막 흐르는데 그런 거 하나도 안 부끄러워. 유난이라고 해도 어떡할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데.
정신없이 데려간 병원이라, 집 가는 길에 네가 나를 원망하겠지 싶었어. 집에 도착해서 어떻게 사죄해야 하나, 네가 나를 피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했는데. 눈물 나게도 너는 바로 내 무릎, 내 배 위로 올라와서 내 곁에 있어주더라. 또 혼자 한참을 훌찌럭거렸네
이렇게 순한 아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어찌 이렇게 착한 천사가 내 곁에 와줬을까. 고마워, 못난 나랑 있어줘서. 한없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주인 잘못 만나 늘 고생만 하는 네가, 천사 같은 네가 참 고마워.
우리 예쁜이 이번 생엔 나랑 오래오래 함께해 줘.
다음 생엔 우리 애기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러니까 이번만, 우리 이번 생만이라도 앞으로 건강만 해주라. 내 수명도 줄게. 다 가져가.
미안해, 너의 이번 생에 나라는 사람이 머물러서.
고마워, 너 같은 천사와 함께 할 수 있음이.
못난 내가 너무 사랑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