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A

by 하름구늘


너와 내가 나누었던 우리의 세상에서

나는 하잘 것 없는 것들을

기념하자라며

늘 우리만의 기념을 만들었어


사실 그 모든 일들이

너무나도 사소하고 어이없는 것들인데

나는 그 사소함이 참 즐거웠어


겪었던 상황이더라도

서로가 같이 했다면

마음이 달랐기에


그 순간만큼은

그 소소함이

나에겐 특별했으니까

우리가 만든 세상엔 그 일이 기념이 되니까

모이고 모여서 우리를 만들어가는 거였으니까


함께 했던 그 순간을

하나씩 되짚으면서

기억의 조각이랄 것들을 기념이라 정의했고


공유하는 시간들 속

해가 뜨고 지는 당연한 일들에도

끊임없이 감정과 생각을 다르게 덧입히며

그렇게 기념을 만들었었어


그렇게 나는

너와 나의,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갔었는데


찬란하다 여긴 그 세상이

영원하진 않더라도

오래 지속되길 바랐었는데


-

너에게 썼던 편지를 보다가

다시 적은 나의 마음


우리가 더 특별해지기 위해

매순간을 기념적으로 만들어야 했었나


둘이 함께라는 것 만으로도

너와 나는 충분히 특별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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