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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기다리며

by 차랑

여름을 좋아하게 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여름의 유일한 장점은 푸르른 녹음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고, 난 그 변화를 캘리포니아의 초록빛을 보며 비로소 받아들이게 되었다. 플로리다에서 강력한 자외선을 지닌 햇빛을 온몸으로 받았을 때, 24년 인생 처음으로 내가 햇빛 알러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두드러기들이 따가웠고 이내 간지러웠으며, 온종일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따스하다 못해 뜨거운 햇빛이 가득한 거리로 나가고 싶었고, 그로 인해 생긴 내 수많은 주근깨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습하지 않은 더위가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마음 속에 새기게 되었다.


지금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스트로베리 아사이 레모네이드 한 잔과 내가 좋아하는 여름 음악(mystery of love나 fantasy - khai dreams와 같은)을 들으며 민서가 “사담.”(사랑을 담아서.라는 우리의 언어)이라며 보내준 유지혜 페이퍼를 읽고 있는 이 순간이 복에 겹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하다. 여름이 다가오는 소리에 내 모든 세포들이 반응한다. 마치 여름의 캘리포니아를 더 만끽하고 돌아가라고 하늘이 나를 설득하는 것만 같다. 간혹 나의 수원이 그립거나, 나의 친구들이 그리울 때에도 왠지 모르게 내가 상상하는 내가 있을 한국의 계절은 여름이다. 내가 이렇게나 여름을 좋아했던가? 내 상상의 배경이 여름이 될 정도로? 이 생경함이 싫지 않다.


이제 나는 여름을 사랑한다. 사랑하게 되었다. 녹음뿐만 아니라 노출을 싫어하는 내가 “날씨가 이러니 어쩔 수 없어~”라고 되뇌이며 천을 덜 댄 옷을 골라 입게 된 변화와, 얼음 가득한 음료컵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에어컨을 찾아 삼만리 여정을 떠나는 나와 내 친구들을. 샌프란시스코의 여름이든, 플로리다의 여름이든, 뉴욕의 여름이든, 서울의 여름이든. 세상 그 모든 여름을 사랑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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