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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루미 Mar 10. 2022

감정이 나를 망치게 두지 마라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너에게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소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다. 사소한 일은 계속 발생하며,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큰 불행으로 발전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알랭


 당신은 감정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감정적인 사람이다’라는 이유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빈번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끊임없이 배설하며 악순환을 만들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중요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상사의 기분이 좋지 않다. 중요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감정적인 사람들은 그런 일이 발생하면 계약과 관련된 직원들부터 계약과 상관도 없는 사람까지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낸다. 표독스러운 눈초리를 하며 ‘아무거나 걸리기만 해 봐. 가만 안둔다.’라는 경고를 온몸으로 뿜어낸다. 실제로 내가 다니던 회사 대표님은 자신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잊어버려서 고객 센터에 찾을 수 없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스무 살 여름, 유동인구가 많은 터미널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기 시작하였다. 평일 5일간 오전 7시부터 14시까지 총 7시간씩 근무를 했다. 편의점 알바가 내가 처음 한 알바는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백화점에서 알바를 했었으니까. 그런데 환경이 달라져서 였을까? 편의점 알바를 통해 그 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던 “서비스직 알바는 인류애를 상실시킨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결제 수단인 카드와 돈을 던지는 사람들,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하는 사람들, 욕하는 사람들 별의 별 사람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때는 환경보호차원으로 봉투 값을 20원을 받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구매하신 상품이 많은 손님께 여쭤보았다. “봉투 값 20원 추가인데 담아드릴까요?”라고. 손님은 나의 물음에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투박하게 대답했다.     


 그럼 이 많은 양을 그냥 손으로 들고 갈까? 당연히 담아줘야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말한다. “알바생의 불친절한 태도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성격이 안 좋다고 하는데 그 친구들도 마음을 다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백종원 선생님의 말은 정말 공감 가는 말이었다. 소위 말해 진상 손님을 겪고 나면 그날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손님이 왔을 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을 갔을 때의 일이었다. 친구와 자리에 앉자 아르바이트생이 좌석에 기본 세팅을 해주기 시작했다. ‘툭툭’, ‘퐉’ 아르바이트생이 내려놓는 식기와 물 컵이 식탁과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세팅을 마치고 자리를 떠난 아르바이트생을 보고 친구가 말했다. “뭐야? 식기랑 물 컵 내려놓는 때 왜 저렇게 세게 내리치냐. 어이없네.” 친구는 자리를 세팅해주는 아르바이트생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일하시다가 기분 나쁜 일이 있으셨나보다.”라고 말했지만 나 역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친구는 말했다.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고 우리한테 왜 분풀이야.” 친구의 말을 듣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분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죄 없는 다른 사람에게 내 화를 옮겼었던 것은 아닐까?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그동안 나는 내 감정을 상하게 한 사건과 사람에 대한 분노를 다른 엉뚱한 곳에 풀었던 것이다. 내 감정은 내 선에서 끝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내 감정을 드러냈다. 심지어 좋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무례한 손님으로 기분이 상하는 사건이 있었다면 그건 그 이후에 오는 손님의 잘못이 아니다. 친구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건 집에 있는 가족들의 잘못이 아니다. 회사에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건 나의 연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날을 계기로 안 좋은 감정을 남에게 전달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저 사람이 날 화나게 한 게 아니잖아. 아무한테나 화를 내면 안 되지. 내 감정은 내 거다.’와 같은 말을 무수히 곱씹으며 행동한다. 이런 훈련을 계속해서 였을까?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한 사건과 사람이 지나가면 금방 부정적인 감정이 사그라들었다. 날 화나게 하거나 자존심이 상하게 하거나 감정을 망친 사건과 사람을 되새김질하면 나만 손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감정은 내 것이므로 그 누구도 내 감정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우리는 이러한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신의 감정을 잘 돌봐주세요.”, “감정을 잘 표현하실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지 마세요.” 그렇다면 도대체 감정이란 무엇일까?


 감정은 자극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산에 올라갔다고 가정해 보자. 산에서 당신은 한 마리의 큰 뱀을 보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뱀에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놀라움, 공포, 불안감이 느껴지며 당신은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된다. 이 뱀이라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감정이다. 다른 예로 누군가 당신에게 욕설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욕설의 정도 따라서 혐오, 분노, 미움이라는 감정이 솟아나게 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외부와 끊임없이 접촉하게 된다. 평생을 다양한 자극에 노출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자극에 대한 반응을 무의식중으로 통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감정이 생겨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말이 “통제할 수 없는 거니까”, “자연스러운 거니까”와 같은 말로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소하라는 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내 감정을 읽는 시간》의 저자 변지영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감정은 매우 상대적인 거고 굉장히 주관적이며 맥락적인 건데 마치 지금 현대 사회는 감정을 신성시 한다고 할까요. 절대시하고 감정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고 감정 자체가 병이거나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면서 오히려 감정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어요. 내가 과거 경험이 이러하니 어떤 감정에 대해서 민감할 수가 있구나. 어떤 욕구가 좌절됐을 때는 어떤 감정이 두드러질 수 있구나 그게 관계에 영향을 줄 수가 있구나. 이런 연결고리를 전체를 다 보면서 내가 경험하는 감정이 어떤 맥락 안에서 일어나는 건지 볼 필요가 있어요. 애써서 일부로 극복하려고 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루를 지낼 때 당신은 많은 타인과 무수히 많은 상황을 나누고 그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당신의 감정을 망친 대상이 분명할 때는 당신의 상한 감정을 그 대상에게 분명하게 말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사건과 사람이 지나가면 그 이후의 감정은 온전히 당신의 책임이다.

당신은 그 누구에게도 당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은 당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다. 안 좋은 감정은 그 순간 훌훌 털어버려라. 감정이 당신을 망치게 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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