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린 나 , 32살의 나

by 문달슬

32살의 나에게는 불면증이 있다.

불면증이 왜 생겨서 나를 힘들게 하는지 정말 나는 안 좋은걸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수면부족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바꿀 수 없다고 그냥 포기하며 지냈다.

예전에 근무했던 곳의 사장님이 영상채널을 시작하셨는데, 그 영상에는 <보석의 불완전함>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보고 나서 포기보단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내가 봐도 문체나 영상이 단정하고 깔끔한 영상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자극적인 쇼츠는 아니었지만, 나를 인정하기로 마음먹기에는 충분한 영상이었다.

보석이 깔끔하면 오히려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고, 자연이 만들어낸 보석은 오히려 울퉁불퉁하며 완전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사람도 보석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내용을 담은 영상.

오늘 하루동안 여운이 꽤 남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의 불완전함'을 싫어하기만 했지 내 모습의 일부이니 <그것도 나>라고 생각하진 못했던 것이다. 나니까 싫어했던 것인데 왜 그랬을까?


나는 애초에 값진 보석과 나를 닮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정하지 못하니 당연히 나를 아껴주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나는 항상 자신감이 가득했고 ,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나를 싫어한다.'의 경험치가 없었기에 싫어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 원래 다니던 학교에서 전학을 가게 되었는데, 영역동물인 고양이처럼 낯선 공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털을 세우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좋아하는 애들보다 싫어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이유들로 싫어했고 그로 인해 상처도 많이 받았고 성격이나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기억나는 건 연두색 옷을 입어서 자기 근처에 있는 내가 싫다고 했고, 자기랑 똑같은 샴푸냄새가 나서 짜증 난다고 했고, 어릴 때부터 아프던 다리 때문에 걷는 모습이 자기랑 다르다고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들이 마구잡이로 버린 감정쓰레기통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실 위에 이유들은 그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다 내가 나를 좋아했던 이유들이었다. 나는 남들이 그냥 초록을 좋아할 때 초록옆에서 생동감을 주는 연두색을 좋아했고, 시중에 파는 샴푸들 중에 향이 오래가서 좋아했다. 특히 주변 어른들이 나랑 잘 어울리는 향이라고 해서 그 향을 선택한 내가 뿌듯했고, 다리는 아프지만 가게를 하는 부모님과 같이 보낼 시간들이 거의 없는데 병원 다니는 덕분에 엄마 아빠랑 , 동생이랑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

내가 좋아했던 이유들이 남이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어버리다니. 17살이 되기 전까지는 그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17살 때 나를 같은 이유로 좋아해 주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만나 따뜻한 시간들을 보내지 못했다면, 고등학교에 사진동아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직도 자괴감덩어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보듯 가해자는 잘 산다. 내가 있는지도 모른 채 떳떳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이토록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인 걸 언제쯤 알게 되려나?

나는 그래도 어린 나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지금 이 순간들을 버티고 있다.

어린 나는 얼마나 대단한 아이였던 걸까? 고마워 어린 나. 오늘은 하소연을 길게 하서 잠이 잘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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