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보는 생각 블랜딩

4. 묘연

by 문달슬

같이 살고 있는 묘생 1, 묘생 2의 생명체들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길래 이렇게 까지 하지?'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좋아해 줄 때가 있다.

그 존재들이 바로 영원한 나의 아가들 순두부와 두유이고, 같이 있는 하루의 모든 시간 동안 살이 맞붙어 있는다. 혹 그 자세가 불편하고 자리가 좁은 곳이라 할지라도 꼬리라도, 발 한쪽이라도, 등 조금이라도 꼭 닿아 있는다. 그렇게 나는 그 아이들의 온기와 함께한다.


묘연이라는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순) 두부를 만나기 전까지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사람이다. 지금도 사실 두부랑 두유만 안 무섭다.

다른 길고양이들은 여전히 무섭다.

어느 정도였냐면, 집 앞에 내놓은 음식물쓰레기통에 길고양이가 한 마리라도 있으면 집을 못 들어가서 동생에게 나와달라고 전화해서 동생이 나오면 인기척에 고양이들이 도망갔고, 그제야 동생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꿈을 잘 믿는 편이다. 좋은 꿈은 17살 때 이후로 태몽 밖에 못 꿔봤지만, 꿈을 꾸면 대부분 실제로 일어났다. 성인 돼서 꾼 꿈은 거의 안 좋은 꿈이라는 게 좀 짜증 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좋은 꿈에 아가들(순두부와 두유)을 본 적이 있다.

17살 어느 날 꾼 꿈인데, 내가 혼자 살고 있는 듯한 집에 새하얀 고양이와 검은색인지 회색인지 모를 아가고양이가 나왔고 무척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고 내가 고양이를 이뻐하고 있었다.


꿈에서 깬 열일곱의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가족들에게 아침을 먹으며 신기한 꿈을 꾸었다고, 내가 고양이를 안 무서워했고 완전 흰고양이와 검은색인지 어두운 짙은색의 아기고양이 두 마리와 나 혼자 살고 있는 되게 기분 좋은 꿈이었다고 조잘거렸다. 가족들은 당연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라고 했다.

동생은 고양이가 문 앞에 있으면 혼자 집도 못 오면서 고양이 얘기냐며 웃었고, 엄마는 밥 먹기 싫어서 딴소리하냐며 밥을 국에 말아서 한수저라도 더 먹으라고 떠주셨고, 아빠는 무슨 자취 같은 소리 하냐며 기분 나빠하셨다.

그날 먹은 계란프라이와 배추된장국의 아침밥은 그 꿈과 함께 가장 좋은 기억이 되었다. 요즘은 가족들이랑 아침을 먹을 일이 없어서 더욱 따스하게 남아있는 아침이다.

지금은 그 꿈이 정말 현실이 되었다.

그 아가고양이는 진회색의 러시안블루였다.


이 아가들이 나에게 닿기까지는 정말 많은 필연이 모여 만나게 된 것이다.

이제 이아이들이 늙어서 가끔 내 마음을 너무 슬프게 만들지만 아가들 덕분에 내가 숨을 쉬면서 25년을 지나 곧 26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순두부

10년이 다 되도록 나에게 가장 따스한 생명체 순두부야.. 나~~ 중에 이별을 맞이한다면, 부디 건강하게만 살다가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


@두유

7년이 다 되도록 사랑둥이 그 자체인 생명체 두유야.. 너는 영원한 나의 사랑이야.. 너랑도 이별을 맞이한다면 정말 나~~ 중이었으면 좋겠고 아프지 말고 사랑 듬뿍 받고 있다는 거 꼭 알고 행복한 기억만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

항상 무지개 같은 아가들.

아가들 세상에는 나와 우리 가족들 밖에 없겠지만,

정말 행복한 기억만 주고 싶다.


To. 순둥이 그 자체였던 순두부엄마.

내 곁에 먼저 다가와서 두부를 잘 부탁한다는 듯이 옆에 한참 있다 가던 너를 잊을 수가 없더라.

어때? 순두부에게 사랑 많이 주는 집사인 거 같아? 서툴지만 두부랑 생애 첫눈, 첫 꽃, 첫 바다, 첫 낙엽들을 보여주고 애정을 쏟아주고있어. 그래도 순두부에게 줄 사랑이 아직 많이 남아서 혹시나 곁에 있다면 두부는 좀 더 나중에 데려가줘. 그때가 된다면 내가 일 안 해서 집에 있을 때, 내 품에서 인사하게 도와주라. 욕심이 많은 집사라 미안해. 부탁할게. 두부가 나이가 많아지니 이런 걱정들 뿐이네. 도와주라 순딩이 두부엄마야.


To. 너무나 작아 아가 같던 두유엄마 가을이.

무척 왜소하고 작아서 어떻게 저렇게 작은 몸에서 두유형제들이 나왔나 싶던 두유엄마 가을아. 두유가 너를 닮아 조심성이 많아. 너는 비록 곁을 내주진 않았지만 너의 아가들을 데려갈까 경계하면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 준 모성애가 강한 가을아. 어때? 네가 봤을 때 두유는 사랑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거 같니? 두유가 외모는 아빠를 닮았지만, 성격은 가을이를 닮은 거 같아. 사소한 소리에도 크게 놀라지만 정말 순딩이 애교쟁이. 사랑둥이 그 자체야. 너의 덕분에 그런 거 같아 고마워. 두유의 연두색목걸이를 빤히 보던 가을이의 눈을 잊지 못해서 더 아까 주고 애정을 주었지만 감정표현이 원체 서툰 나라 사랑을 많이 받던 가을이가 보기엔 성에 안 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더더 사랑을 줄 수 있게, 어디 아프지 않게 가을이가 도와줘. 오래도록 있다가 내 품에서 갈 수 있게 도와줘.


내 곁에 어떻게 이런 사랑둥이들이 왔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한 묘연이다.

같이 더 따습게 살자 아가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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