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큰 파도의 어린 나, 잔잔한 파도의 32의 나
오늘 인연 하나가 마무리되었다.
내 잘못은 아니고
그분 잘못도 아닌데
어쩌다 인연이 닿았다가
환경이 만들어준 이별이 코앞까지 와 인사를 했다.
나는 상황이나 환경과 관계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싫다기보단 싫은 감정이 생각나게 될까 봐 본인을 더 아끼고 사랑하고자 주변을 깔끔히 정리한 듯하다.
속상하진 않지만, 이렇게도 인연이 끝나는구나 싶은 경험을 했다.
딱히 마음 아프지 않다. 이런 맹숭맹숭한 이별(?)은 처음인데 내가 무감각해져 버린 걸까? 아니면 이게 어른인 걸까?
어른들의 이별은 이렇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앞으로의 인간관계가 신중해야 하나 싶다.
이게 무감각인지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두려웠다면 슬프지 않았을까?
이번 헤어짐이 억울하진 않았을까?
그런 게 전혀 없었으니 무감각에 더 가깝다고 생각이 든다.
그냥 오늘을 되돌아보다가 내가 어른이 된 건가 궁금했다.
내가 자라면서 본 어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버티는 사람들>뿐이었기에.
슬픔도 안 보여줘. 기쁨도 안 보여줘.
그래서 어린 나는 어른들은 뭐 이리 감정 나타내는 걸 어려워하지? 하는 의문투성이의 어린이였다.
지금생각해 보면 어른들은 어려워했다기보단 무감각 해진 건가? 아니면 표현하면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커져서 무시하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도 슬프거나 허무한데
더 큰 이별을 겪어 이번 이별은 아무렇지 않게 그냥 무마가 된 걸까?
이걸 성숙의 형태로 봐야겠다.
굳이 작은 인연까지 마음 아파가며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고 배운 만큼 감정의 바다가 잔잔하다.
성숙함은 스스로 나의 마음을 보호함으로 봐도 되겠다.
성숙할수록 자기 보호를 하게 되는 거다.
아직 나는 주변 어른들만큼 성숙하지 못해서 무조건 버티지는 못한다. 무너지고 또 무너지겠지. 그래도 아주 잠깐 추스르는 법을 배우는 성숙함까지는 온 거 같다.
슬픔과 거리두기, 아픔과 거리 두기를 잘하는 정도까지 되려면 얼마나 무너져봐야 할까?
어른들은 얼마나 무너져 본 걸까?
오늘은 조용히 어른들에게 토닥임을 전해본다.
미래의 나도 어른일까 싶어서.
내일 또 무너질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