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단종의 백성이 될 기회를 준 <왕과 사는 남자>
휴무가 휴무가 아닌 요즘,
주변에서 슬프고 애달프다는 후기가 많은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왔다.
요즘 그냥 이유 없이 눈물이 나니 눈물의 이유라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갔다.
동생에게 후기를 물으니 잔뜩 젖은 휴지뭉치 사진 한 장만 보내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꼽아보자면
제일 먼저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삼촌인 금성대군에게 답신을 보낸 내용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다.
거사가 실패하더라도 바로잡으려고 한 것의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전해 질 것이다라는 어린 왕의 단단한 결심이, 간절하던 그 소망이 이뤄져서 내가 그걸 보고 있는 거 같이 느껴졌다.
감히 내가 해도 되는 표현일지는 모르나,
기특하시고 대견하시고 드디어 이루셨다는 생각에 애달프고 속상해 눈물을 보였다.
사실 실제 왕의 기간을 오래 지낸 세조 , 업적으로만 보면 이것저것 한 게 있는 수양 놈(?)을 기억하지 않고 어리디 어린 단종이 더 시리도록 맑게 기억되는 이유는 나약해진 본인을 감추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또 애썼던, 악의 조건 속에서도 결코 포기는 하지 않았단 결연함과 이제 막 단단해지려던 그 마음하나조차 지켜주지 못해 미안함, 죄스러움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어린 왕의 한 덩어리.
마지막에도 결코 삼촌에게 당하지 않았던
우리의 소중한 왕.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단종.
이길 수 없어 죽여버린 수양대군.
(죽였어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을까?)
단종의 한이 당신의 뜻대로 기록이 되어
천만이상의 온 백성이 보게 되었다.
그 시기의 백성들이
숨기지 않고 단종을 왕이라고,
나의 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상에
환생을 한 건가? 하는 착각이자
내 바람이 담긴 의문이 떠올랐다.
이홍위.
이름마저 마음에 온갖 감정이 다 응축되어 남아버린
단단하고 어진 어린 왕이
지금도 자기의 백성이 맞다고 , 이제 그만 미안해하라고 등을 토닥여주는 거 같았다.
마치 단종이 우리의 마음을 쓸어내려주는 거 같았다.
또 다른 엄흥도가 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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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마땅히 비명을 질러야 할 사람은 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