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17, 조급한 32
참 태평하다.
저 문장이 항상 따라왔던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걱정이 없어 보이는 나를 더 걱정하던 선생님과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겉으로 티를 안냈을 뿐 속은 완전히 걱정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집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는데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느긋하다는 이유로 여러사람의 걱정을 먹고 자랐다.
서른둘이 된 지금 어른들이 왜 나를 걱정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서른이 넘어가니 시간이 촉박하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아도 마음이 급하고, 아무 일도 없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것 마냥 조급하다. 나를 걱정하던 어른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나는 급해죽겠는데 시간이 없어죽겠는데 왜이리 느긋하나 싶다는 생각을 하셨을거같다.
내가 느꼈을 때는 32살이 된 지금은 17살의 나보다 촉박해하고 급하다. 주변에서 볼 때는 아직도 느긋하다고 말하시곤 한다. 도대체 어른들은 얼마나 빨라야 그 말을 안하실지 의문이 든다.
나도 가끔 뒤쳐짐을 느낄 때가 있다. 조급하지만 급하게 하다 실수하는게 싫어서 멈춰서곤 한다. 나는 중간에 멈추는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멈추면 안된다 느려도 앞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막상 느리게 가면 큰일나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행동이 급하지 않아도 마음은 급하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되면 주변 어른들은 '하고싶은거 다 하고 살면서 무슨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라고는 하나도 안받는 사람같아.' 라고 한다. 내가 걱정과 스트레스를 밖으로 티내지 않는 이유이다.
이래나 저래나 뭐라고 하면 주변에서 덜 신경쓰이는 방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17살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스트레스관리를 잘 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잠으로 해소하는 사람이라는걸 17살 때 알았다. 방학만 하면 한달반 중 한달을 잠만 잤다. 가족들이 숨쉬고 있나 코에 손을 가져다대고 확인할 정도로 많이 잤다.
17살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지금은 어떻게 스트레스 관리해?"라고 물으면 나는 대답할 수 없다.
지금은 그 잠도 못자고 있어서, 다른방법을 찾은거라곤 더 바쁘게 움직인다. 생각이 1초도 나지 않도록.
저 질문을 받으면 되물을 것이다."어쩌다 내 몸을 혹사하는 서른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럼 열일곱의 나는 "나를 사랑하는 중이냐"고 물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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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의 나: 나를 사랑하고 있어? 고1의 나는 그게 제일 중요한데!
32살의 나: 나 나름대로 아끼는 중이야.
17살의 나: 몸을 혹시하는데 아끼는 중이라고?
32살의 나: 미안해.노력 중 이야.
17살의 나: 나는 아끼는거랑 사랑하는 것도 다르다고 생각해. <아름답다> 뜻 알아? 여름쯤 담임선생님(임미례선생님)이 말해주신건데 <아름답다=나답다>라는 뜻이래. 그 말을 듣고 나는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너는?32살의 나는 나답게 살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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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의 나를 만나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거 같다.
32살이 되서 17살에게 혼나고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이유는 나답게 살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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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에는 아름답다는 단어가 다이어리에 많은걸보니 저 단어를 좋아했나보다.
한 단어만 마음에 들어와도 행복해하던 시기가 나에게도 있었던것 같은데 지금은 10가지중 1가지가 마음에 안들면 되게 부정적인 내 모습이 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나답게 사는 30대를 보내야겠다. 추후에 17살의 나를 만날때는 당당히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다"고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