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상상력은

1.나보다 더 소중한 너 그리고 늘 보고 싶은 당신께.

by 문달슬
안녕 철없던 내 과거야.
근데 사실 지금도 철이 없어.. 아니 없고 싶어.


오늘 하루를 요약하면 저 말을 안 할 수 없다. 오늘은 운전하면서 나도 모르게 울었는데

<내가 만약 시한부라 27년을 맞이하지 못하고 죽는다면?>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다 결국 울어버렸다. 나는 가끔 이렇게 생각을 하다 생각이 걱정이 되고 걱정이 불안이 되어 버려서 울고 싶어질 때 혼자 있다면 그냥 울어버린다.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눈물이 나는 건 몸과 마음이 아프다고 표현하는 거라서 오히려 다행인 거라고 하셔서 그 뒤로는 그냥 울기도 하는데 오늘은 진짜 과할 정도로 울어버렸다. 그냥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펑펑 울 수 가 있다니.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상상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과 개인적으로 굉장히 큰 깨달음을 얻은 그 생각의 마무리를 잊기 전에 적어보려고 글을 쓰는 중이다.


나는 1년 뒤 죽는다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자. 그리고 인정하자. 나에게 남은 시간을.'이었다. 내가 죽고 난 뒤에 가족들, 친구들이 나를 <항상 웃었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했고, 그러려면 죽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낭비하는 시간들로 알차게 보낼 것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던거니까.


곧 죽는다는 걸 스스로가 인정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은 후, 믿을만한 친구들 몇 명에겐 솔직히 말하고 초반에는 좀 울더라도 추후에 혼자 남을 동생을 위해, 자식을 먼저 보낼 부모님께 전해드릴 수 있는 것들을 부탁할 것이다.


일단 상황은 큰 질병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설정했나 보다.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보험금을 받고, 그 돈으로 대출받은 거 상환하고 남은 거는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해서 금액을 분할했다.

일단 친구들 두 명을 불러 3가지 부탁을 하며 500만 원 을 이체 했을 거 같다.


첫 번째, 200만 원 아빠장례식비용.

두 번째, 200만 원 엄마장려식비용

세 번째, 100만 원 동생 결혼식 축의비용


이렇게 부탁하며 염치없지만, 나 먼저 가고 부모님까지 먼저 가면 혼자남을 동생을 가끔 잘 살고 있는지, 힘든 건 없는지 들여다봐달라고 또 부탁하고,

먼저 뽑아놨던 현금의 일부를 주면서

100만 원씩 주고 "약속했던 결혼할 때 기준 최신형 냉장고는 못 사주니 100만 원으로 알아서 사고!!" 하며 괜히 센 척할 거라는 생각까지 하니 눈물이 고이더니 숨도 힘들게 쉬어질 정도로 울어버렸다.


그렇게 울고 나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 게 동생이구나?>였다.

지금까지 스스로가 1순위였던 나에겐 새로운 충격을 주는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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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상상은 가족 중에 한 분을 생각하다 샛길로 빠진 상상이다. '나라면 그렇게 차분하지 못할 거 같은데'하며 죽음 앞에서 덤덤하고 인정해 버린 당신의 모습에 속상해하다가 하게 된 상상인데..

이해해 버렸다.

정말 짜증 나고 인정하기 싫지만,

진짜 진심으로 소름 돋았던 것은 나도 스스로 죽음을 인정하는 게 첫 번째 들었던 생각이었다는 것.

당신은 가족들에게 또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으셔서 인정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계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게 되어버렸다. 무척 애쓰고 계시는구나. 그럼 내가 당신께 해드릴 수 있는 건 당신께 현재 남은 시간 동안 당신을 뵈러 가서 웃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거구나.


내일 엄마께 당신을 뵈러 가자고 연락을 드려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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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어요. 나의 소중한 당신,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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