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 두 마디의 물고기는 나 자신이었다.
오늘 키우던 물고기가 죽었다. 새끼손가락 두마디 크기의 마지막 코리도라스였다. 작년쯤에 코리도라스 4마리를 데려왔다. 교배시켜서 새끼 코리도라스를 보고싶었다. 데리고 왔을 때, 그저 귀엽다며 밥도 자주 주고 환수도 정성껏 해주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바닥을 휘젓고 다니는 그 코리도라스가 구피도 있고, 플래티도 있는 '어항 세계' 속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무언가로 보였다. 코리도라스라는 생물에 관심을 갖자 그 생물에 의미부여를 해버린 것이다. 코리도라스는 아무 생각도 없었을텐데, 그저 내 생각을 코리도라스에 대입하면서. 뒤집어져 생을 마감한 마지막 코리도라스가 이 사실을 안다면 굉장히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때는 그 코리도라스가 나와 같아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물고기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않고, 딱히 같은 종족과 교배를 하고싶어하지도 않는다. 같은 종족 물고기를 보면 있든 말든 관심도 없고 무관심하게치고 지나간다. 그럼 그 치인 코리도라스도 별 말이 없다. 팔을 들면 갈비뼈가 보이는 모습도 비슷하다. 입 근처에 수염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그 좁고 답답한 세상이 전부인 것도, 그 세상이 더러워도 별 불만도 털어놓지 않는 것(못하는 것)이 나랑 비슷하다. 그런식으로 항상 동질감을 느꼈던 건 아니지만 이제서야 드는 생각이다..
아무튼 대학생활이 너무 바쁘게 느껴지고 우울감은 일일 퀘스트처럼 쌓여서 그걸 해소하러 다니느라 '코리도라스' 같은 것엔 관심도 없었다. 그저 살아있나 아닌가만 쳐다보는 것이다. 요즘은 유독 뭔가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누군가가 내게 말을 툭 던지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오늘 그 스트레스가 절정에 달했을 때쯤. 오늘 죽었다. 나와 비슷했던 그 마지막 코리도라스가. 그러면 또 그 사체를 처리해야하는데 가족 중에서 알아차렸음에도 그 사체를 치우지 않는다. 왜 안 치우냐고 물어보면 '내가 왜?' 같은 대답이다. 그 물고기는 어쩌면 내 몫이였는지 모른다. 동생이 데려온 거긴 하지만 가족들이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참 나같다. 며칠 간 방치한 탓에 눈이 하얗게 변한 그 코리도라스의 사체를 처리할 때면 눈물이 차오른다. 물론 실제로 눈물이 차오르는 건 아니지만 왠지 마주하면 안될 것을 마주한 것처럼 느낌이 참 불쾌하고 묘한 것이다.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무언가를 돌보기 힘들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사람이나, 그 작고 작은 물고기나, 그 키우기 쉽다는 마리모도 나에겐 안 맞을 수도 있다. 나 자신이나 제대로 돌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 코리도라스처럼 어디에도 어울리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외롭다기엔 너무 외롭지않고, 우울하다기엔 너무 우울하지 않다. 요즘 무엇이든지 적당함에서 살짝 더 위인 정도로 살아가고있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더욱 더 나한테 집중해야할 것 같았다. 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됐던 건 아닌지. 어쩌면 이런 다짐조차 나를 속박하고 있는 건 아닌지...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