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 trainer
Sep 26. 2024
어떤 일이 벌어지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감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땐 시장에 간다. 어느덧 습관이 된 만보 걷기 코스 중 하나인 시장은 그런 나를 교정하고 다듬어 주는 학교다.
오늘 걷는 중앙시장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있어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소로, 예전에 농사지은 콩과 채소를 팔러 새벽 첫차를 타던 아버지를 도와 같이 왔던 곳이다. 내가 여든 살 아버지와 길가에 쭈그려 앉아 가져 온 것들을 펼쳐 놓고 가격 흥정을 하면, 아침 먹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들이 나를 할아버지를 돕는 손주로 알고 기특하게 여겨 하나라도 더 사주곤 했었다. 남들은 놀러 다니며 여생을 즐기는 나이에 자식을 늦게 둬 오랜 세월 고생하신 아버지, 참 고단했을 삶인데도 보람이라 하셨던 당신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여기저기 생겨나는 대형마트에 밀려 재래시장은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지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나오는 길 모퉁이에 어머니를 닮은 분이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춰졌다. 한참을 바라보다 그분이 파는 물건들을 몇 개 샀다. 필요치 않았지만 어머니 생각에 그리했다.
숙소에 오는 길 옆에 있는 공원에 들러 피고 지는 연꽃을 보며 묵상했다. 예전 앞이 안 보이는 기나긴 암흑의 시기를 지날 때, 딱 오늘 하루만 살자고 다짐하며 견뎠었다. 내일을 생각하면 고통뿐이었기에 생각해서도 안되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예쁘게 핀 구름을 담은 맑은 하늘에 내 마음도 맑아진 저녁, 앞으로는 더욱 일상에 감사하며 기쁘게 살겠다는 여정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