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인다 보여!

by 김용석

대대장이 전 부대원을 연병장에 집합시킨 것은 새벽 3시였다. 혹한기 훈련 마치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주적도 잠자는 시간에 집합이라니. 대대장이 미쳤다는 고참도 있었고, 부부 싸움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년 병장의 궁시렁도 있었다. 합리적이지 않은 모든 상상이 가능할 정도로 날은 추웠고 바람은 매서웠다. 미친 후 부부싸움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대장이 나타났다. 마이크를 잡은 대대장은 특유의 아~, 음~ 하는 미적거림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우리 부대에서 총이 없어졌다! 그것도 사병의 총이 아니라 꾸부렸다 폈다 할 수 있는 통신 장교의 총이 없어졌다! 총의 어딨는지 알고 있는 병사 없나?”


총이 사라졌다는 한 마디에 세상 모든 잡소리가 사라졌다. 적들이 북과 꽹과리를 치고 좋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바람은 그대로 멈췄고, 고참은 말을 잃었고 신병은 얼어버렸다. 아니 적들조차도 이 암담한 상황을 위로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삽과 곡괭이의 부재는 종종 있었지만 총이 사라진 건 하늘이 열리고 부대가 이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분 이상 계속되는 대대장의 애절한 연설에도 총의 소재나 총의 소재를 알고 있는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날은 밝았지만 그 누구도 침상에 들지 못하고 내무반에 대기하고 있었다. 스피커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전달했다.

“전 부대원은 총을 찾는다! 총이 있을만한 모든 곳을 이 잡듯이 뒤진다! 실시”

내무반 천장이 뜯기면서 쥐똥이 떨어진 건 시작에 불과했다. 화장실 똥을 몽땅 퍼내고 고무장갑 하나만 낀 신병이 똥통 벽을 훑었다. 벽에선 녹슨 총알이 나왔고, 똥통에선 철모와 수통이 나왔다. 하지만 총은 나오지 않았다. 24시간 동안 부대를 몽땅 뒤집었지만 대한민국 국군의 주력 소총,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하고 ‘대우정밀’에서 생산한 K2 소총은 나오지 않았다.


만 24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정신이 반쯤 나갔고, 육군 사관학교의 추억과 승진을 위한 탄탄한 연줄을 가진 대대장이 제일 먼저 정신 줄을 놓기 시작했다. 총을 사랑해서는 아닌 것 같았다. 대대장은 다시 전 병력을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우리 부대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병 둘 나와 봐!”

모두들 술렁거리고 있을 때 주임 상사가 K일병과 Y상병을 지목했다. 얼떨결에 일어선 두 사병은 연단 앞으로 나섰고 대대장은 전 부대원이 듣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부터 총은 점쟁이가 잘 찾는다! 향토예비군이 잃어버린 총도 점쟁이가 찾았고, 현역이 잃어버린 권총도 점쟁이가 찾았다. 너희 둘한테 부대의 운명이 걸려있다. 읍내 모든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서 K2 소총이 어디 있는지 알아오길 바란다! 5시간을 주겠다. 알았나!”

그렇게 K일병과 Y상병은(일병이 앞에 나오는 이유는 순전히 나이순이기 때문이다)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애절함에 길을 떠났던 홍길동보다 더 결연한 각오를 가지고 길을 떠났고 우린 그들을 기다렸다. 부대 뒷산을 뒤졌던 2중대는 모포, 탄약통, 탄띠, 군화 등등 총 빼고 모든 것을 다 찾아왔다. 부대는 풍성해졌지만 총의 부재는 더 선명해졌다. K일병과 Y 상병이 돌아왔다. 그들은 은밀히 대대장과 간부들에게 보고했지만 전 부대원은 금방 그 결과를 알 수 있었다. 부대는 좁고 말을 빨랐다. 보고는 이렇게 진행됐다.

“일병 K 대대장님께 보고 드립니다!”

“형식 필요 없다 빨리 보고해!”

대대장은 맘이 급했다. 나이 많은 K일병은 이 걸 보고라고 해야 하는지 망설였지만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

“1번 점쟁이 쌀 점을 치고 있었습니다. 쌀을 밥상에 휙 던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총은 있 어~ 총은 살아 있어~ 곧 나타날 거야”

대대장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물었다.

“다른 점쟁이는?”

이번엔 Y상병이 보고를 이어갔다.

“넵. 2번 점쟁이는 엽전점을 봤습니다. 엽전을 땅바닥에 휙 던지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허.... 총이 사람 손을 탔구만...사람 손을 탔어... 어디 감춰놨는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 있는지는 얘기 안 했나?”

초조한 대대장의 채근에 K일병과 Y상병은 그저 고개만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보고를 마쳤다고 한다.


차마 보고하지 못한 3번 예쁜 처녀점쟁이는 군복 입은 군인이 찾아오자 점도 치기 전에 불같이 화를 내며 소금까지 뿌려댔다. Y상병이 K일병에게 ‘형 이제 부대로 복귀할까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처녀 보살은 혼자 말처럼 ‘훈련 갔다가 놓고 온 총을 반푼이가 주었다가 버렸는데 나무에 턱 하니 걸려버렸으니 산에나 가볼 것이지’라고 했다. 두 사병은 차마 반푼이 얘기까지 보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됐다. 하여튼 시골 점쟁이들이란!


어머니는 군대에 가면 있는 듯 없는 듯 나서지 말고 숨어 있으라고 했고, 아버지는 내가 병장 만기 제대인데 엄마 말이 틀렸다고 했다. 사나이는 무조건 공을 세워야 군 생활이 편하다고 앞에 나서는 게 장땡이라고 했다. 군 생활을 하며 두 분의 얘기가 한 번도 충돌한 적이 없었다. 난 조용히 부대생활을 했고 나름 묵묵히 일 잘한다고 인정받아가고 있었다. 정말 인정받고 있었다. 총이 사라지기 전까지!


대대장은 아직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니 우리 모두 그랬는지도 모른다. 점치러 갔던 사병들의 보고를 받은 대대장은 아직도 점쟁이의 영험함에 미련이 남았는지 전 부대원이 모여 있던 연병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다시 얘기했다.

“혹시 너희들 중에 영험하고 진짜 잘 맞추는 점쟁이 아는 사람 없나?”

슬퍼 보였다. 애처롭게 보였다. 그래도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했어야 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내가 별을 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 그냥 쫄병일 뿐이었다. 마음이 약해지지 말았어야 했다.

“손 한 번 들어 봐! 틀려도 뭐라고 안 할 테니 손 들어 봐!”

아...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 군 생활을 위해 충돌하고 있었고 아버지가 유일하게 승리하는 순간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이병 M, 점 잘 보는 분을 알고 있습니더”

대대장과 전 장병의 눈이 내게로 쏠렸다. 대대장은 황급히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누구야! 어디 있어”

그때부터 내가 말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저절로 굴러갔다. 그렇게...

“네! 우리 아버지가 첨칩니더. 대구 사십니더”

난 그렇게 아버지의 존재를 알렸고 부대원은 술렁였고 대대장은 총을 찾은 것처럼 흥분했다. 총의 소재를 알아오라고 내게 휴가를 줄까도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우리 모두는 문명의 이기 전화를 이용하기로 했다.


수십 명이 내 주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 꼴깍이는 소리도 들렸다. 모두들 긴장했고 점쟁이의 영험함을 함께 축복하기를 원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를 바꿔달라고 했다. 긴장된 목소리에 어머니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얘기하지 않았다. 영험한 신통력을 바탕으로 병장 만기 제대 하신 아버지에게 말하기 전에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린다는 건 금도를 넘는 것 같았다. 꼬불한 전화선은 어머니가 넘지 말아야 할 금줄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아버지에게 그동안의 상황을 얘기했다. 아버지는 한참을 쉬었다가 떨리고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했다.


“아...아...보인다 보여! 혹시 요 근래에 부대에 땅 판 데가 있나? 삽질 엄청해서 땅 파제낀 데 없나?”

나도 흥분했다. 땅 파제낀 데 없어요? 아버지가 보인다고 하셔요...수송부 강중사가 제일 먼저 말을 받았다.

“수송부 차고지 평탄 작업해서, 지난 두 달 동안 병사들이 땅 파고 흙 고르기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영험하고 족집게 점쟁이인 아버지께 전달했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다 거기! 보인다 보여! 그 속에 총이 누워있다. 보인다 보여!”

두 달 동안 작업했던 수송부 차고지는 단 두 시간 만에 포크레인이 몽땅 뒤집었다. 노동은 허무했고 총은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한 동안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난 제대할 때까지 이름을 잃었고 ‘보인다 보여’가 됐다. 어머니 말씀이 맞았다.

“야! 보인다 보여!”

“넵, 이병 보인다 보여!”


물론 모든 점쟁이의 예언대로 총은 찾았다. 총은 살아있었다. 훈련을 마친 산 산등성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잃어버린 총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 약간 모자란 목장의 목동이 총을 주웠다가 부러진 총이라고 버린 게 나무에 걸렸다고 한다. 대대장은 전역했고, 나이 많은 두 사병은 사복을 입고 점쟁이를 찾았고, 아버지에겐 그 이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