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녀와 난 이렇게 시작했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동네에서 환자를 아주 잘 봐주시는 내과 의원에서 입니다. 환자와 거의 20~30분 얘기를 하시는 샘이다 보니, 병원은 인기가 많아 환자도 많고 병원 관계자도 많습니다. 그녀는 이 병원에서 피를 뽑아 주시는 병리사님입니다.
출발은 아주 가벼웠습니다. 피를 뽑는데 하나도 안 아프게 뽑으시길래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 피 뽑는데 한 개도 안 아파요? 피 뽑는 국가대표 병리사님인가 봐요...
병리사님이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제가 가면 아주 잘 챙겨주셨죠. 그러다 지난 1월이었습니다. 대상포진을 앓으며 진통제와 이런저런 약을 먹다 보니, 혈액 검사에 제 신장 수치가 좀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진료를 보기도 전에 저를 보시더니 걱정이 한참이십니다.
병리사님 - 아니 갑자기 신장이 안 좋아졌네. 어떡해...
이렇게 얘기하시며 걱정하시더니 제가 진료를 보는데 갑자기 문을 덜컥 열고 들어오시는 겁니다. 그리고 보호자처럼 제 옆에 턱! 앉으시는 겁니다. 헉! 이건 어떤 경우? 그리고 선생님께 갑자기 이런저런 걸 묻고 걱정을 하시며 얘기를 하시는데...
저는 갑자기 내가 몰라봐서 그렇지 혹시 내 아내인가? 에일리 전에 내가 이분과 살았었나? 별 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몰라봤던 첫사랑인가? 내가 그렇게 둔했나? 갑자기 혼동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은 진통제를 갑자기 많이 먹거나 해도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고 얘기하시는 순간! 갑자기 병리사 샘께서 그동안 무슨 약 먹었는지 좀 봐야겠다고...ㅠㅠ ㅎㅎ
아..아..아..
저는 '민감한 개인 정보에 속합니다'라고 말할까 하다가 저리도 날 걱정해 주시는 게 우리 엄마 빼고 또 누가 있을까 싶어 아무 말도 없이 상황을 지켜봤답니다. 혹시 "자기 술도 줄여!" 하지 않을까 싶어 귀도 쫑긋했습니다. ㅎㅎ
다음에 피 뽑으니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혹시 모르니 샘이 두 달 후 다시 피를 뽑아 보자고 했습니다. 그게 담주입니다.
담주 병원에서 병리사샘을 보면 '여보~ 나 왔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친구 이땡땡이 보면 또 한마디 할 겁니다 ㅠㅠ
"도대체 행동거지를 어떻게 하고 다녔길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