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그리고 고백

by 김용석

다들 처형한테 편지 한 통씩은 쓰시죠? 고백도 쫌 하고요. 저도 오늘 막내 처형께 편지 한 통 쓰려고 합니다.


20대 때 처형이 기억납니다. 딱 붙는 진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지나가면 모든 남자들이 처형을 쳐다봤었죠. 에일리를 만나러 갔을 때 따라왔다 언뜻 처형을 본 친구들이 처형을 소개시켜 달라고 저를 얼마나 졸랐던지요... 한집에 망나니 둘이 사위로 들어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처형께 말도 하지 않고 제가 다 잘라버렸습니다.

처형!! 처형은 하나밖에 없는 제부인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죠. 사업 수완 좋고 활달한 처형이 프랜차이즈 빵집을 할 때엔 저희 집은 처형이 주시는 맛있는 빵으로 가득했고, 하물며 고양이 생일 날도 케익을 챙겨주셨죠. 친구나 동료들이 빵을 사 먹자고 하면 저는 '니들은 빵을 돈 주고 사 먹냐?'라며 놀리기도 했었죠.


그 뒤 처형이 'ㅇㅇㅇ 영'을 오픈했을 때 저는 솔직히 조금 서운했습니다. 내 빵은 어떡하라고...ㅠㅠ 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ㅇㅇㅇ 영' 오픈 후 처형은 또 어떠셨나요. 마스크팩, 기초 화장품, 머리에 바르는 젤을 갈 때마다 제 손에 쥐어주셨죠. 솔직히 제 물광 피부!! 이거 다 처형 덕입니다. 지금도 제 차에 2개. 화장대에 2개, 책꽂이에 한 개 등 최고급 향수가 발에 차일 정도로 집안 여기저기에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처형!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향수를 살짝 뿌리고 외출을 하다 '이렇게 평생 받기만 할 수 없다!'란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무언가로 처형에게 보답하기로 했습니다.

- 처형! 그동안 제가 받기만 한 것 같은데 이제 저도 갚으며 살겠습니다. 먼저 무얼 어떻게 갚을지 제안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1. 저희 회사 공지 솔루션을 통해 처형이 형님 포함한 쫄병들에게 하교하실 말씀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누가 언제 열람했고 답변은 얼마나 빨리했는지 통계를 주간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2. 집안 출입을 사전예약제로 운영가능하도록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형님이 술 취해 '사랑한데이~' 이런 얕은 전술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게 만들겠습니다. 술 마신 날은 처형의 승인이 있어야 입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3.RFID 기능을 활용해 형님이 귀가하자마자 처형께 알림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귀가시간 조작 절대 불가능합니다.)


4. 이 항목은 저희만의 특화된 항목입니다. 집안 내부의 보안시설(예: 냉장고, 과자통, 빵 바구니 등등)에 접근하려면 NFC를 통한 별도의 승인이 있어야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비승인자가 접근해서 도어 개방을 강제로 진행할 경우 "형님, 냉장고에 접근 중! 형님, 과자통에 접근 중!"이라는 경고 멘트가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드리겠습니다.


제 제안이 맘에 드시면 헤어젤을 하나 주시면 됩니다. 젤이 다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형님께는 이 제안을 비밀로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산 싸나이 저를 보고 '니 주글래~~' 할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다음 'ㅇㅇㅇ 영'에 갈 날을 기다리는 착한 제부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