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무게를 덜어 내는 법
오늘의 필사 - J.M. 바스콘셀로스의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죽인다고 꼭 벅 존스의 권총을 빌려 빵 쏘아 죽이는 게 아니에요.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제 생각 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사랑하기를 그만두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언젠가 완전히 죽게 되는 거예요."
오늘의 필사는 "생각 속에서 죽이는 거예요"
생각 속에서 죽인다는 말은 관심밖의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서운 말인듯하기도 하고 때론 마음 정리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거 같다. 지난 60년간 내 마음에서 떠나보낸 사람들이 문득 떠올랐다. 또한 나 역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세상사 당연한 이치인 거다.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우는 일은 물리적인 상처를 주는 것만큼 아프진 않아도, 그만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이루어진다. 어린 시절 급식을 함께 나눠 먹던 친구 한 명이 떠오른다. 꼭 공평하게 나눠 먹어야 하는 빵을 더 먹겠다고 떼를 쓰던 그 친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전학 간 이후로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그 아이의 모습이 선명히 남아있다.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웃으며 말해주고 싶다. "그때 내 빵, 이제 돌려줘^^" 그 노무 시키를 난 아직도 죽이지 못했네 ^^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멀어지고 마음에서 지워지는 인연들이 있다. 좋은 기억보다 아프고 서운했던 기억이 더 오래 남아 마음을 무겁게 누를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 관계들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였어."늦은 깨달음은 마음의 돌덩이들을 하나씩 거두어갔다.
이 간단한 깨달음 덕분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미움도 사랑도 관심밖으로 사라지고 나니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해졌다. 나는 얼마나 긴 시간을 과거의 기억과 묵은 인연들을 끌어안고 무겁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모든 인연에는 시기가 있다고 했다. 지워야 할 것은 지우고, 놓아야 할 것은 놓아야 삶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 인생에서 사랑과 관심이 끊어진 관계들은, 굳이 다시 이어가지 않더라도 내 마음속에서 서서히 말라갈 것이다. 억지로 지우려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 때가 있는 것이니까.
오늘의 필사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통해 다시금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사람은 내면부터 천천히 메말라 결국 사라지고 만다. 조금은 서글퍼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진심을 다해 사랑을 전하며 살아가고 싶다.
ㄷㅌ
오늘은 오디오 북을 통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어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