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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리셋하며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기욤 아폴리네르시,<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이란 언제나 고통 뒤에 온 것임을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고 나는 머무네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마주 보자

비록 저기

우리의 팔로 이어진 다리 아래

영겁의 시선에 지친 물결이 흐를지라도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사랑은 가네 흐르는 물처럼

사랑은 가네

삶이란 느린 것이기에


또 희망이란 난폭한 것이기에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주 한 주가 지나가고

지나간 시간도

그 사람도 돌아오지 않아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


밤이 온들 시간이 울린들

하루하루가 떠나가고 나는 머무네



시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시인의 마음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라보 다리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센 강의 물결처럼, 내 삶도 쉼 없이 흘러왔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참 열심히 살아왔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끝에 문득 멈춰 돌아보니, 손에 쥐고 있던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리는 이 느낌은 뭘까? 꽉 쥐면 쥘수록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허무함. 어쩌면 인생이란 그렇게 움켜쥘 수 없는 모래알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도, 인연도, 내 삶 또한 강물처럼 흘러가고, 남겨진 내가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나간 것을 후회하거나 놓친 것을 아쉬워 하지 않는다. 단호하게 미련 없이 결과에 승복한다.그래야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나로 살아가는데 마음이 편하니까, 강물이 흘러가듯 나의 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나의 삶의 순간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남겨진 나. 모든 것은 흘러갔지만, 나는 여전히 여기 존재한다.


61살에 나의 삶은 암을 통해 다시 리셋되었다. 나를 위한 삶,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설계해 나갔다. 이제 3년을 채우고 다시 또 재부팅한다. 2025년 책 100권 읽기. 종이책 출간, 가게 정리하고 전원으로 가는것, 이루어 낼것이다 . 나는 누구인가? 돌이켜보니 난 늘 어딘가에 끄적이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넌 누구니? 어제 우연히 20여년전 포털사이트 카페, 블로그, 에서 나의 흔적 찾기를 해보았다. 여기저기 남겨진 내 글들은 천상여자, 짝퉁여사 ,인동초 , 들꽃, 제비꽃 변천사를 이어가며 그저 일상을 주절거린 메모였지만, 거기엔 이미 글을 쓰고 싶은 나의 욕망이 담겨 있었다.나는 작가이고 싶었나 보다.


흘러간 그리움과 아쉬움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이제 나를 다시 부팅한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들이 점점 더 좋아지고, 나를 돌보지도, 사랑할줄도 모르던 나 ,그런 나도 내가 점점 더 좋아진다. 이 순간만큼은 더 이상 흘러 보내지 말아야지 ...


오늘의 시를 필사하며, 내가 원하는 삶이란, 흐르는 강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을 향해 나만의 물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내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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