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전해 잘까?
오늘의 필사
에밀리 디킨슨 서간문, <볼스선생님께>
당신께 보내 드릴 꽃이 없어 제 마음을 함께 보냅니다.
제 마음은 작고, 때로는 반쯤 깨져 있기도 하지만 친구들에게는
강아지만큼이나 친근하게 대한답니다.
당신의 꽃은 천국에서 왔지요.
만약 제가 그곳에 간다면 꽃을 잔뜩 꺾어 드릴게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제 말들은 멀리서만 맴도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 그렁하게 찬 눈에서 흘러나온 은으로 된
눈물을 대신 받아 주세요
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많이 서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말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말하지 않아도,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내 깊이만큼 알아주기를 기대했었다. 내가 그렇듯 상대방의 과한 감정들이 내게 맞는 어울림이 아닌 듯 불편하기도 하였다.
가족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평과 불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가슴속에 쌓아 두었다. 속이 상해도, 서운해도,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곪아버리면, 해묵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목까지 쳐 올라온다. 터져 버려야 하는데 그것을 또 눌러 버리게 된다. 이미 마음 안에 있는 오래된 상처를 다시 들추어내며 아파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것이 점점 더 큰 상처가 되는 줄도 모르고 끌어 안았다.
타인들과 의 관계에서는 나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데 유독 가족들과의 관계, 특히. 남편과의 대화에 불통이 되어버린다. 다 이유와 원인이 있겠지만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논쟁을 싫어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비슷했다. 오해가 생겨도 굳이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논쟁이 두려웠고, 괜히 더 감정이 상할까 봐 피하기만 했다.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하는 기대 속에서, 소통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 침묵이 때로는 더 큰 벽을 만들어버린다는 걸 알지만 피해버린다.
나는 감사의 표현은 어떠한가? 멋들어진 요리에 간을 덜한 밍밍한 맛? 나는 표현에 있어 간이 덜된 음식처럼 그런 사람인 듯하다. 사람마다 색깔이 있듯 음식을 먹으면서도, 정말 맛있게 먹고 맛있다를 연발하는 친구가 부럽다. 자연을 보고 꽃을 보고 너무 예쁘다, 너무 멋지다, 리엑션을 잘할 줄 아는 친구는 주변 사람을 웃게 만든다. 그러고 보니 난 참 멋대가리 없는 사람이다. 얼마 전 친구가 내게 말했다, "나는 말을 맛깔나게 하지만 너는 글을 맛깔나게 쓴다고, " 과연 그런가,? 조금의 위안을 담아 본다. 감사한 마음은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그걸 말로 꺼내는 게 어색하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전해질 거야'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곤 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상대방에게 닿을까?
오늘 필사한 글에서 에밀리 디킨슨은 이렇게 썼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제 말들은 멀리서만 맴도는 것 같아요. 그러니 제 그렁하게 찬 눈에서 흘러나온 은으로 된 눈물을 대신 받아 주세요."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전했다. 눈에서 흘러나오는 '은으로 된 눈물'이라는 표현은 마음 깊이 남았다. 말이 닿지 못하는 곳까지도 감동을 주는 문장이다
나는 그동안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만 했다. 내가 정말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면, 더 용기 내어 표현해야 하는 게 맞다. 꼭 말로 하지 않아도, 글로도, 작은 행동으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작은 한마디라도 용기를 내어 전해본다.
"고마워."
"미안해."
그리고,
"나는 네가 소중해."
그 마음이 나에게서 떠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