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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마저도 그리움이 될 때

미움 끝에 피어나는 그리움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누구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할 테니까."


사람들는 살아아가면서 종종, 누군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마음에서 지워버리려 애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시어머니가 싫었다. 이해할 수 없는 집안 분위기, 무심한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내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거친 말들, 그리고 술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모습까지. 내 가치관과 맞지 않았고, 그 모든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도 나이를 먹고,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면서 조금은 이해하려 했다. 그분도 한때는 누군가의 딸이었고, 사랑받고 싶었고, 행복을 꿈꿨을 거라는 걸. 그러나 늘 번복되는 일상에 나는 되돌이표가 되고 내 마음 안에 화를 다스려야 했다.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상처받고, 외롭고, 그렇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말로 풀어낼 줄 몰랐기에, 소리치고 분노하며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유를 찾지 말자,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게 상처가 되었던 그 말과 행동들이, 어쩌면 그분이 세상을 향해 내지르던 마지막 버팀목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하늘로 가셨지만, 가끔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좋았던 기억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엔 슬펐던 기억도 그리움으로 찾아든다. 지금 내가 그때의 시어머니 나이가 되어있다. 마음을 닫아 버리고 꽂꽂하게 흐트러지지 않으려 버티던 며느리가 녹녹지는 않았을 듯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분명 마음을 닫고 떠났는데, 언젠가 문득 떠오르고, 미소 짓게 되고,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 다짐했던 관계도 결국은 내 삶의 한 조각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감정을 겪는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원망과 후회. 하지만 결국,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그리움으로 남는 거 같다. 살아내 보니 그런 듯하다. 사람의 마음속엔 선과 악이 공존하기에 두 갈래 마음으로 지우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내 그리움의 추억들을 끄집어내는 거 같다.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며 그렇게 사는 게 삶이고,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 아닐까 생각한다.


오늘의 짧은 문장을 통해 지나간 인연들 , 추억들을 소환하면서 이 또한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 감정을 꺼내어 되새김 질을 하곤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나면, 그 미움조차도 결국 그리움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관계를 끊고 싶었던 사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장면들 ,그 모든 것들이 어느새 내 삶의 한 조각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 꿈을 이루기게 하는 삶의 공식" 최원교 작 에 나오는 글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나를 위함이다" 맞는 말이다.나에게 어려운 일이 없었다면 나는 그 자리에 안주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더 하며 나도 할머니가 되고 보니 감정의 결이 많이 달라졌다.

상처받았던 기억도, 미워했던 순간도, 결국은 내 삶을 이루는 일부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자.

너무 단정 짓지도 말자.

언젠가 그 미움마저도 따뜻한 그리움으로 남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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