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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물은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힘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스탕달 소설, <적과 흑>

만약 누군가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가 욕망하는, 그가

시도하는 모든 것 앞에 장애물을 놓아라. 그가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장애를 무너뜨리거나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물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게 만든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는 우리 지역의 축제였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운동회 연습도 함께 시작된다. 여름의 끝자락 뜨거운 햇볕 아래서 수업을 마친 후, 우리는 달리기 연습을 하고, 부채춤과 소고춤을 배우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몸치였던 나는 운동회가 달갑지 않았다. 특히 달리기는 늘 부담스러웠다. 학년별로 진행되는 달리기 경기가 다가오면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선생님의 꾸지람이 두려워 결국 출발선에 서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비슷했다. 여섯 명 중 다섯 번째거나 마지막이었다. 아니 꼴등이 맞다. 운동회 날 1등을 한 친구들은 공책을 한가득 받아갔지만 , 내게 그런 행운은 꿈도 못 꾼다. 뭐니 뭐니 해도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청백 계주였다. 학년 대표로 선발된 친구들은 마치 달리기의 영웅처럼 보였다.

그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에게도 좋은 추억이 하나가 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해, 내 인생 최고의 달리기 성적을 기록하게 되었다.

장애물 달리기, 나의 작은 승리, 이쯤에서 궁금중 유발, 1등을 했나?

6학년 때, 우리는 장애물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단순한 달리기가 아니라, 장애물을 통과하며 쪽지를 집고, 주어진 소품을 찾아들고 달리는 경기였다. 바턴이다. 이 정도면 계주 선수들이나 잡을 수 있는 폼을 하고 바턴을 잡았다? 이번엔 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3등만 해도 공책 한 권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최선을 다해 뛰었다. 1등, 2등, 3등, 자리를 다 내주고 결국 4등이다. 그럼 그렇지 ~~ 그래도 4등이 어디여. 공책을 받진 못했지만, 내 초등 인생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꼴등을 면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부끄러움보다 작은 자부심이 남았다.


장애물 이란 단어가 나오면 그때의 기억이 종종 살아나곤 한다. 살면서 우리는 수도 없이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된다. 어떤 장애물은 쉽게 넘을 수 있지만, 어떤 장애물은 우리를 넘어뜨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장애물이 있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장애물이 있었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장애물은 결국 어쩌면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필사한 스탕달의 『적과 흑』 속 문장이 문득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장애를 무너뜨리거나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어떤 장애물은 정면 돌파해야 하고, 어떤 장애물은 피해서 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아주 쉬운 장애물을 대하고도 4등을 했지만 , 나는 나의 달리기 실력을 너무 잘 알기에 그것 조차도 작은 기쁨으로 남아 있듯이, 삶에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작은 승리를 맞이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 우리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장애물은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만드는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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