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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한 줄 괴테가 전하는 위로

오늘 나를 안아준다

by 은빛지원

오늘의 필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소설 <파우스트>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60년 넘는 세월 동안 무엇이든 끝까지 해보려 애썼고, 새로운 길 앞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어떤 날은 기꺼이 달렸고, 슬퍼도 눈물을 눌러가며 겨우겨우 버텼던 적도 많았다.

크게 이룬 건 없어도 진심을 다해 살아낸 하루하루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최근, 가게를 함께하던 직원이 그만두었다. 그 사람의 사정이니 잘 보내야 했고,

남겨진 일은 나와 다른 이들의 몫이 되었다. 한 사람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고,

자연스럽게 내 일은 더욱 많아졌다. 일의 무게는 여전히 내 몫으로 남아 있었다.

몸을 사려야 할 상황이지만, 현실은 늘 나를 매장 앞선으로 불러낸다.

한동안은 몸을 돌보며 일의 강도를 줄여보았지만, 지금은 다시 매장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인건비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만큼 내가 더 움직여야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끔은 가족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멍처럼 남는다. 말을 아끼고 넘기지만, 가슴엔 조용히 눈물이 고인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왜 아무도 몰라줄까.’ 그 마음이 더 서러울 때가 있다.

다 알지만, 방법과 표현력이 다를 뿐이라는 걸 이해는 한다.

오늘은 주말이라 조금 늦잠을 자려고 미적대었지만, 몸은 먼저 깨어났다.

스마트폰 알고리즘에 이끌려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워 결국 매일 하던 루틴대로늦어진 두 시간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책을 읽고 한 줄씩 필사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다. 글을 쓰는 이 시간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조금씩, 차분히, 복잡한 마음은 가라앉고 감정은 다듬어져 간다.

그리고 오늘, 괴테의 문장이 다시 한번 나를 붙잡아준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그래,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너 이제는 조금 편하게 살아도 괜찮지 않겠니?’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생긴다.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흔들리고, 주저앉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일. 나는 오늘도 “괜찮아, 나 잘하고 있어”라고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하루를 살아낸다. 그렇게 방황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사실이 오늘의 나를 조용히 안아준다. 그리고 그 한 줄의 문장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조용히,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방황하는 나도 , 노력하는 나도... 그 모두가 나라는 사람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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