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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나와 여행

혼자일수 있는 용기

by 은빛지원

4일간의 연휴 시작이다.

연휴에 뭐하지?

그냥 어디든,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자.

그런 계획은 오늘 이루어졌다.


비 오는 아침.

창밖에 내리는 보슬비를 상상하며 커피 한 잔을 떠올렸고,

나는 아무 계획도 없이 차에 올랐다.

먹을 것은 차 안에서 주워 먹으며, 조용히 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운전대를 잡고 흘러나온 혼잣말들은 하나둘 메모 앱에 저장되었고,

그 말들이 곧 글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부터 연휴인데… 계획은 없고, 그냥 나왔네.”

“화초랑 놀고 싶었는데, 비 때문에 안 됐고… 뭐, 잘한 거야.”

“근데 다들 어디 가는 거야? 차가 왜 이렇게 많아.”

혼잣말은 이어졌고, 그 속에는 나의 솔직한 오늘이 담겨 있었다.


목적지는 미리내 성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순례길을 천천히 걸으며 묵상했다.

나이롱 신자인 내가 감히 마음을 꺼내놓는 장소.

천천히 걷다 보니 이곳이 천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의 품 안에서 마음은 고요해졌고, 나는 반성과 회개의 기도를 속삭였다.


기도 후엔 전에 가봤던 기억이 있는 카페로 향했다.

호수를 마주한 아름다운 야외 테이블이 떠올라 설렘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내가 기대했던 그곳은 아니었다.

쌀쌀한 날씨 탓에 실내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소음은 도무지 감당이 안 됐다.

특히 내가 앉은 자리 앞뒤, 양옆 세 테이블엔 부부 동반 모임이 앉아

마치 나를 포위하듯 시끌벅적하게 웃고 떠들었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어, 커피 한 잔을 들고 야외 테이블로 나왔다.

바람이 불었고 손끝이 시렸다. 책을 펼쳐보려 했지만 곧 덮었다.

짐을 챙겨 다시 차에 올랐다.

근처 조용한 카페를 검색해 도착한 그곳은,

생각지도 못한 평화를 안겨주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밖은 여전히 흐렸지만, 내 마음은 맑아지고 있었다.

그 자리는 마치 나를 위해 비워둔 자리 같았다.


해가 어두워질 무렵, 근처 국숫집에 들러

따뜻한 온막국수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속이 뜨끈하게 채워지니 마음도 따라 따뜻해졌다.


혼자만의 여행.

누군가는 외롭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오늘 참 평화로웠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언젠가 조금 더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나는 이렇게 나를 천천히 훈련시키고 있는 중이라는 걸.


혼밥도 괜찮다.

혼자의 시간도 나쁘지 않다.

그 안에서 나는 나와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게 어쩌면, 진짜 여행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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