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거야!"
미영이 외쳤다.
큰 목소리에 카페 안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돌아보았다. 제정신을 차리고 나니 민망해진 그녀가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함께 앉아있던 친구들이 킥킥 웃었다.
"아, 깜짝이야."
"나도."
동식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작을 하며 웃었다. 그는 맞은편에 앉아있는 바람에 미영의 큰소리에 정통으로 맞아버렸다. 옆에 있던 친구도 동의하며 몸을 젖혀 카페 의자에 기댔다.
동식이 물었다.
"야, 갑자기 뭐냐? 큰 소릴 내고."
"아니, 네 아이디어 좋다고."
미영이 커피잔으로 얼굴을 슬그머니 가리면서 말했다.
"요즘 다들 부업으로 하는 거야, 유튜브. 몰랐어?"
"그건 나도 알거든. 그게 아니라 네 아이디어가 좋다고."
"그럼 너도 하면 되지."
"그래도 돼?"
미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았다. 동식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이디어가 같아도 결과물이야 만들기 나름인 거니까. 근데 너, 편집 같은 거 할 수 있겠······."
"땡큐! 그럼 나 간다!"
미영은 동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났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가 얼떨떨해하며 물었다.
"지금? 갑자기 어디 가는데?"
"집에 가서 당장 해봐야지."
"유튜브를?"
"어! 다음에 보자!"
그녀는 가방을 부리나케 챙기며 대꾸하더니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남아있는 친구들이 어안이 벙벙해져 그녀가 밀치고 나간 카페 문을 바라보았다.
동식의 휴대전화가 울린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둘은 이틀 전 마주 앉았던 카페에 다시 한번 앉게 되었다.
"여길 이렇게 하면 이 프레임에 자막이 들어가잖아. 그럼 이때······."
동식의 설명에 미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하기 바빴다. 한차례 설명이 끝나고, 미영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한 뒤에야 둘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어휴,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냐."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컴퓨터도 잘 못 다루는 편이면서 갑자기 유튜브 편집을 할 수 있겠나 했지."
"알면 그때 좀 말리지."
"말릴 새도 없이 뛰쳐나가 놓고?"
미영은 할 말이 없어 아이스커피를 빨대로 쭉 들이켰다.
동식이 킬킬 웃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너 지난번에 하던 건 어떻게 됐냐?'
"뭐?"
"전에 사진 찍으러 간다고 했잖아. 어디 수목원에 간다고."
"아, 출사 갔던 거? 잘 다녀왔지."
"그래, 출사. 사진 찍는 거 재밌어? 나도 좀 배워볼까."
"나 그만뒀는데."
"벌써?"
"뭐어······."
미영이 말끝을 흐렸다. 동식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또 돈이 별로 안 될 거 같아서 그만뒀냐?"
"그렇지, 뭐."
미영은 최근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이것저것 배우고 있었다. 직장생활만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녀 나름으로는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몸부림 같은 것이었으나 동식이 보기에는 하는 짓이 중구난방으로, 흥미본위로 기웃대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럼 글쓰기는?"
"그건 계속하고 있어."
"다행이네. 전에 무슨 공모전에 글 써서 낸다고 했었지?"
"어······, 그랬지."
미영이 또 우물대자 동식이 또 가재눈을 떴다. 미영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다.
"그게, 공모전이라는 데 당선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니까 거기에 매달리느니 다른 데에 좀 더 신경 써볼까 싶어서."
"다른 일이라는 게 뭔데? 중국어 공부하는 거? 블로그 쓰는 거? 아님, 요가 전문가 자격증 따는 거?"
동식의 말투가 마음에 안 든 미영이 발끈했다.
"야, 내가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건 다 생각이 있어서야!"
"문제는 시작만 하고 끝이 없다는 거지."
"그러는 너는?"
"내가 뭐?"
"프리랜서라면서 맨날 똑같은 생활만 하고, 넌 뭐든 시작도 안 해보잖아! 염세적으로 굴면서 잘 안 될 거야, 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면서."
"너 같은 용두사미보다는 낫지."
둘은 서로 노려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