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by 한소로


딸랑, 카페의 문을 열자 작은 풍경 소리가 아롱거렸다.


"어서 오세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직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는 앉을 곳을 찾았다. 조금 외진 자리가 좋겠건만, 가장 구석진 곳은 이미 다른 손님들이 선점한 후였다. 그는 외벽 기둥 옆에 있어 바깥 창에서는 볼 수 없는 자리를 골랐다.


앉자마자 작은 풍경 소리가 또 한 번 아롱거렸다. 딸랑. 다시 이어지는 직원의 말소리.


"어서 오세요."


그녀가 입구에서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묻는다.


"시켰어?"


"아니, 아직. 뭐 마실래?"


"말해, 내가 주문할게."


"아니야, 내가 할게."


연인은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원래라면 정다울 대화가 오늘은 싸늘한 기운을 품고 오고 갔다.


결국 주문을 마친 남자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앉아있었다. 곧 남자가 침묵을 깨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한마디를 건넸다.


"오늘도 딱 5분 전에 도착했네."


"그렇지, 뭐."


"신기하다, 어떻게 그렇게 맞춘 듯 정확하게 와?"


여자는 카페 안을 바라보았다. 뭐가 신기해, 하고 대꾸하며 웃던 그녀였건만. 그는 씁쓸하게 그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드르르륵!


시끄러운 진동벨 소리에 남자가 일어섰다. 커피를 사이에 두고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커피에도 손대지 않았다.


이윽고 여자가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내 생각은 변함없어."


"유정아."


"시간이 필요해."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갑자기 아니라고 했잖아."


여자의 짜증스러운 대꾸에 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다 잘못했으니까······."


"뭘 잘못했는데?"


남자가 입을 딱 다물었다. 여자는 기대도 안 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오빤 잘못했다고 생각도 안 하잖아. 그냥 지금 이 순간을 모면하려는 거지."


"그게 아니라."


"나도 그런 말 들으려고 한 소리 아니야. 나 생각 많이 했어. 우리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


"유정아,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그냥 말을 해. 고친다니까?"


"여태껏 말했다고. 계속 얘기했는데 오빠가 고친 게 뭐가 있어? 내 말은 그냥 흘려듣기만 했잖아."


남자가 또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미 메시지로 서로 나누었던 얘기의 반복이었다. 알면서도 남자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여자는 그 상황에 진력을 냈다. 결국 도돌이표처럼 맴돌면서 서로의 답답함과 화를 키우던 대화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여자가 화를 꾹 눌러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됐어, 그냥 헤어져."


"뭐? 헤어져? 야, 넌 헤어지는 게 그렇게 쉽냐?"


격앙된 목소리로 남자가 말했다. 소리를 지른 것은 아니었으나 커진 목소리는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자는 주변의 눈치를 살피듯 곁눈질을 했다.


그러더니 남자를 내버려 두고 카페 밖으로 나가버렸다. 남자가 서둘러 뒤따라 나갔다.


고성이 오고 가지는 않았으나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며 싸웠다. 한참을 서서 얘기한 끝에, 여자가 남자를 밀치며 말했다.


"난 오늘 좋게 마무리하려고 나왔어!"


"시간을 갖자며, 그게 마무리하자는 말이냐? 처음부터 헤어지려고 나온 거였네!"


남자가 한 발짝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난 너랑 다시 잘해보려고 했는데, 넌 아예 나랑 끝내려고 나온 거잖아. 그러면서 시간을 갖자고? 너 사람 가지고 장난하냐?"


"그럼 어떡하라고? 네 성격에 헤어지자고 하면 이따위로 나올 게 뻔한데!"


"너? 이제 아주 막 나가는구나?"


두 사람의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 싸우는 통에 카페 안의 손님들뿐만 아니라 오가는 행인들조차 그들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시선에 신경 쓸 여력 없이 서로를 향해 화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오고 가는 대화는 점점 격해졌고, 수준은 점점 떨어져 땅바닥에 처박힐 지경이었다. 이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 둘은 자신들의 일임에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싸움이 두 사람의 관계를 마무리짓게 될 거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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