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by 한소로


새미는 705호의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야! 문 열어!!"


쾅, 쾅, 쾅.

성질이 난 만큼 힘껏 두들겼다. 금속 문짝이 찌그러지도록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물론 문은 흠집도 나지 않았지만.


"아! 초인종 누르라니까!"


문이 벌컥 열리며 집주인이 성질을 냈다. 산만한 덩치의 남자였다. 더벅머리에 추리닝 차림이 자다가 막 일어난 듯한 몰골이었다.


"왜 맨날 문을 차냐고! 페인트칠 다 벗겨진 거 안 보여?"


새미는 속으로 칠칠치 못한 꼬라지를 흉보며 성을 냈다.


"넌 왜 맨날 우리 집으로 소포를 보내냐고! 니 집 주소도 못 외워?"


"오, 왔구나."


남자가 손을 뻗어 새미의 옆구리에 껴있는 소포를 낚아채려 들었다. 새미는 재빠르게 그의 손을 피하며 발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악!"


"흥!"


주저앉은 남자의 머리 위로 소포가 휙 날았다. 와그랑터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소포가 그의 집 거실로 굴러들어갔다.


"야! 이게 뭔 줄 알고 막 집어던져!"


"알 게 뭐야! 또 우리 집으로 소포든 택배든 오면 그냥 버려버릴 줄 알아!"


말은 그렇게 했으나 사실 새미는 안의 내용물이 뭔지 알고 있었다. 깨지는 물건은 아니었기에 있는 힘껏 던져버렸던 것이었다.

그녀는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주먹을 휘두르며 외쳤다.


"한 번만 더 보내면 진짜 죽어, 주가을!"





그러나 며칠 후, 소포가 또 와 있었다. 새미는 퇴근길에 문 앞에 놓여있는 소포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게 눈을 떴다. 이걸 진짜 버려 버려?

안타깝게도 몇 번의 원치 않는 소포 직배송 서비스를 몸소 제공한 결과, 그녀는 이 소포들이 대부분 가을의 어머니께서 직접 싸주신 음식이나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세상에 택배도 아니고 웬 소포가 이리 많이 오나 했더니,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었다.

새미는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고민했다.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진짜 갖다 버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또 갖다 주자니 열받고. 이걸 어떻게 할까 한참 소포를 노려보고 있자니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왔구나."


커다란 손이 옆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소포를 가져갔다.

새미의 시선이 소포를 좇아 가을을 향했다. 그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가을이 움찔하더니 말했다.


"이번엔 내가 가져가잖아."


"죽어, 주가을."


"말 좀 곱게 해라."


새미는 그를 무시하고 도어록을 열었다.


"밥 먹자."


소포가 도어록 앞을 막았다. 새미가 다시 가을을 바라보니 그가 씨익 웃고 있었다.





"냠, 냠, 쩝. 움, 야, 마이따."


음식이 입 안에 잔뜩 들어가 새는 발음으로 새미가 말했다.

가을은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으, 다 먹고 말해. 밥맛 떨어져."


그가 자연스럽게 물 잔을 챙겨주었다. 새미는 그걸 들어 입 속의 음식물과 함께 꿀꺽 삼켰다.


"너능, 꿀꺽, 요리를 어디서 배웡냐. 쩝쩝, 어무니?"


"아, 진짜 더러우니까 먹고 말하라고."


"움~, 마이쩌. 냠냠."


그들은 가을의 집 부엌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어머니표 요리와 가을이 직접 끓인 찌개 등이 놓여 있었다. 새미는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쪽쪽 빨면서 말했다.


"너 요리 쫌만 못했으면, 짭, 내가 진짜 소포 다 갖다 버렸다. 알어?"


"아이고, 고오~맙습니다."


가을이 비꼬며 대꾸했다. 그러나 칭찬이 싫지 않은 어투였다.


"후룹, 커허."


"너 밥 못 먹고 다니냐?"


"찌개가 얼큰하구나, 애비야."


"많이 먹어라."


"똑같은 된장찌개인데 왜 난 이 맛이 안 나지?"


새미가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된장찌개를 계속 먹었다. 가을도 그녀를 따라 하듯 연속해서 찌개를 떠먹었다.

새미는 고개 숙인 그의 정수리를 보며 말했다.


"내일은 김치찌개."


"뭐래."


"마늘종볶음."


"사 먹어."


“요리솜씨가 예술이야.”


“안 해 줘.”


“장가가도 되겠어.”


“여자친구 없다.”


"나랑 살래?"


"그러던가."


"엉?"


"엉?"


두 사람은 눈을 껌뻑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가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모습을 보던 새미의 얼굴도 덩달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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