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은 종이로 포장된 소포를 받아 들었다. 집배원은 곧 등을 보이며 멀어졌고 대니얼은 집 안으로 들어오며 소포를 살펴보았다. 보낸 주소지는 불명, 내용물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그리고 포장이 희한하게 고전적인 느낌이었다. 요즘 흔히 주고받는 박스 포장이 아니라 갈색 종이와 거친 노끈으로 예스럽게 감싸여 있었다. 택배사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테이프로 꽁꽁 둘러버린 탓에 고전적인 멋스러움이 투명한 플라스틱에 눌려 찌그러진 채였지만.
소포를 열어보니 안에는 카메라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대니얼은 흘긋 카메라를 보고는 바로 편지에 손을 뻗었다. 그는 편지를 펼쳐보고는 멈칫하며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십여 년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버지가 보낸 편지였다.
'대니얼에게
기회를 잡았다면 놓치지 말아라.
아버지가.'
"젠장! 망할 아버지!"
대니얼은 편지를 구겨서 던져버렸다. 그러고도 그는 한참을 허공에 대고 욕을 하며 발을 굴렀다. 어머니가 외출한 상태라 다행이었다.
아버지는 대니얼이 어릴 적부터 집에 붙어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늘 신출귀몰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루이틀 사라지는 것은 일쑤였고, 어떤 때에는 몇 년이나 집을 비우기도 했다. 나타났다 싶으면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일도 있었고, 언제 집에 돌아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틈에 침실에 숨어있다가 등장하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그가 그토록 자주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가 어디로 갔으며 어떻게 지내다가 돌아왔는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니얼은 그런 아버지가 이상하게 생각되었으나 무척 좋아했다. 아버지는 자상한 사람이었고, 솜씨 좋은 사진사였다. 그의 사진관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추억은 그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니얼은 그 기억들을 혐오했다. 아버지는 대니얼이 어릴 때에는 모습을 감추더라도 금세 돌아오곤 했으나, 대니얼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더니 종내에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책임감 없는 인간이었다.
지금은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전화 한 통 없던 인간이건만, 몇 년 만에 소포를 보내다니. 이 카메라와 편지가 유품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었다.
대니얼은 한참 혼자 흥분해 씩씩대다가 부엌으로 가 냉수를 두 컵이나 들이켰다. 한숨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머리가 좀 식었다. 그는 싱크대에서 찬물로 얼굴을 씻고는 물기를 대충 훔치며 거실로 돌아왔다. 편지를 주워서 소포에 다시 넣어두고 나니 옆에 있던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카메라는 척 봐도 옛 시대의 유물이었다. 아직 작동이나 할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돈 되는 물건은 아니었으나 사용감에 비해 소중히 관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어딘가 낯이 익었다. 아버지가 사용했던 물건이었던 게 아닐까. 그러나 확신은 없었다.
필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대니얼은 골동품을 만지는 기분으로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익숙한 듯 생소한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필름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어렸을 적 종종 아버지의 카메라로 여기저기를 찍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는 충동적으로 카메라를 들어 올려 집안 곳곳을 들여다보았다. 그럴싸한 곳은 역시 부엌이었다. 요리사인 어머니가 사랑하는 공간이었기에 조금 구식이지만 깔끔하고 작은 소품들로 잘 장식되어 있었다. 그는 부엌 문간에 서서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뷰파인더에서 눈을 떼었을 때 대니얼은 놀라서 얼어붙어 버렸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어머니의 부엌이 아니었다. 소란스러운 식당의 넓은 부엌 한 귀퉁이였다. 그는 식당 한 중간에 서 있다가 웨이트리스와 부딪힐 뻔했다.
"조심해!"
날카로운 웨이트리스의 말에도 대니얼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