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by 한소로


진영이는 교실 귀퉁이에 앉아 무심하게 눈을 굴렸다. 빙글빙글, 펜이 손가락 사이에 끼어 돌았다. 시니컬한 표정으로 앉아 딴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 그는 교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양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늘 이렇게 남들을 관찰하곤 했다. 특히 늘 함께 지내는 같은 반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과 인간관계는 거의 꿰뚫고 있었다.


큰 키에 긴 팔다리, 단정하지만 뚱한 얼굴의 진영이는 늘 혼자 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한 아이였다. 반 친구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면서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지루하면서도 흥미로운 교실의 이벤트는 매일 달랐다. 그것들은 날카로운 진영의 눈에 종종 뜨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웅성웅성 속삭이는 귓속말로 들리기도 했다. 우정이가 지민이랑 싸웠대, 민태가 요즘 은근히 성규를 멀리하더라, 그러니까 민태 눈치를 보는 도훈이가 성규를 은근히 따돌리더라고, 희수가 병주랑 진혁이 사이에서 간 보고 있잖아…….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진영이는 금세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흥, 진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가장 우스운 것은 연애놀음이었다. 누구가 누구를 좋아하더라, 누구랑 사귀더라, 바람을 피우더라, 이런 것들. 세상에 별의별 일들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데 그깟 걸로 울고 웃고 하다니.


그날의 이벤트는 마지막 교사 수업 중에 하선이가 코피를 흘린 일이었다. 원래 코 점막이 약해서 피곤할 때 건조한 곳에 오래 있으면 코피가 난다나. 그 애는 양호실을 갔고 수업은 별 일 없이 제 때 끝났다.


진영이는 가방을 챙겨 긴 다리로 휘적휘적 교문을 나섰다. 학교 앞에 서 있는 학원 차량에 올라타니 오늘따라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웬일이람, 생각하면서 가방을 내려놓으며 2인석 자리 안쪽에 털썩 앉았다.


뒤따라 누군가가 학원 차량에 올라탔다. 그 애가 진영의 건너편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안녕.”


“……안녕.”


누구지? 진영은 고민해 보았지만 잘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것 같기도 했다. 아마 학원에서 오가며 본 적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애가 씩 웃더니 말했다.


“난 너 잘 아는데. 우리 학원에서 같은 반이야.”


“그래?”


“응.”


그 애가 잠시 우물쭈물하더니 진영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랑 같은 반 하고 싶어서 이번에 반 바꿨거든. 나 너한테 관심 있어, 하진영.”


그 애의 눈은 똑바로 진영이를 향하고 있었지만 목과 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던 진영이의 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름도 모르는 그 애에게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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