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큰하고 고소한 냄새가 부엌을 감돌았다. 두 딸들이 코를 킁킁댄다.
“맛있는 냄새!”
“맛있는 냄새!”
첫째가 말하자 둘째가 따라한다. 한참 제 언니를 따라하는 나이다.
오븐형 에어프라이어가 응답하듯 웅웅 돌아간다. 끝날 때가 되어가나 보다.
같이 마실 우유를 따라주고 주방장갑을 끼고 나니 때맞춰 땡, 소리가 난다. 아이들이 팔짝팔짝 뛴다.
가까이 오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엄하게 주의를 준다. 부엌 싱크대에 오븐 트레이를 꺼내 두었다. 접시에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옮겼다.
“자아, 식탁으로 가자~.”
옹기종기 내 다리 근처에 서서 기웃거리던 아이들이 토도도독 달려 식탁의 제 자리에 앉았다. 나는 큰 접시에 담긴 고구마를 아이들 앞에 하나씩 놓아주었다.
“앗, 뜨거!”
주의를 주기도 전에 둘째 아이가 고구마를 덥석 집었다가 내던지듯 떨어뜨렸다.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손을 호호 불어주며 찬물에 식힌 후에는 고구마도 호호 불어주었다.
뜨거운 껍질 사이로 드러난 황금빛 속살에 아이들의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법 열심히 후후 불어대지만 침만 잔뜩 튈 뿐이다.
속살을 떼어 잘 식힌 후에 하나씩 입안에 넣어주었다. 번갈아가며 참새새끼처럼 잘도 받아먹는다. 내 입에는 하나 들어오는 것이 없다.
“아빠, 또!”
“또!”
“맛있어?”
“맛있어~.”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앙증맞게 벌린 주둥이들을 보고 있자니 내 아버지가 생각난다. 겨울철 군고구마를 까서 호호 불어주시던 아버지. 아버지 입에도 하나 들어가는 것이 없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그때는 지금처럼 집에서 쓰는 에어프라이어니 오븐 따위가 없었다. 추운 겨울날 퇴근하시면서 옆구리에 종이봉투를 꼭 껴안고 들어오시는 날이면 동생들과 아버지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더랬다. 겉옷 벗을 틈도 없이 종이봉투를 거실 바닥에 펼치시면 그 안에는 온갖 겨울간식이 들어있었다.
어떤 날은 직화로 구운 군고구마였고, 어떤 날은 뜨거운 기름에 구운 호떡이었고, 대부분은 비교적 저렴한 붕어빵이었다. 월급날에는 바베큐처럼 구워 기름이 쏙 빠진 닭이 두 마리 들어있을 때도 있었다.
뜨거워서 호호 불고 있노라면 아버지께서 식혀주신 간식거리가 입으로 쏘옥 들어왔다. 입가를 더럽혀가며 먹고 있으면 어김없이 어머니가 동치미 국물을 들고 오시며 겉옷을 벗으라고 잔소리를 하셨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어느새 퇴근한 아내가 부엌으로 와 물었다.
“엄마다!”
“엄마다! 엄마, 이거 대따 맛있어!”
“어서 와, 그건 뭐야?”
아내가 씩 웃으며 품에서 종이봉투를 꺼냈다.
“자기 좋아하는 붕어빵.”
“하하.”
아직 따끈한 봉투를 받아 들었다. 바로 식탁에 앉으려는 아내에게 겉옷을 벗고 오라는 말을 하며 붕어빵 봉지를 펼친다. 귀찮은 눈치다.
아이들은 난리가 났다.
“난 슈크림붕어빵!”
“수크림!”
“아빤 팥붕어빵!“
”엄만 다 좋아! 다 먹어야지!”
“아이, 안 돼~!”
개수가 넉넉한데도 큰딸이 눈치를 준다. 요 꼬맹이가, 벌써부터 먹는 욕심을 부린다. 조금 얄밉지만 어쩌겠나. 어차피 다 이 녀석들 차지인 것을. 노란 크림이 묻은 뽀얀 볼을 닦아준다. 너희들도 언젠가는 호호 불어 식힌 간식을 새 새끼 같은 입에 넣어주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