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속에 잊고 있던, 내 곁의 가장 큰 응원
거침없는 언어로 사람들을 휘어잡고, 처음 만나는 이에게도 환하게 인사하며 분위기를 풀어내는 외향적인 사람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사회성 좋다’고 칭찬한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심어주겠다며 웅변이나 스피치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세상에서,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주 쥐구멍을 찾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느껴져 눈을 감아버리거나, 고개를 돌려버릴 때가 많다. 앞에만 나가면 말이 입술 끝에서 맴돌다 사라지곤 했다. 학창시절엔 극도로 내향적이어서 몇몇 친구들만 사귀었고, 새 친구와 대화를 트는 데는 몇 번의 만남이 필요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크리스토퍼 리더십 과정’을 알게 되었다.
“소심함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라는 달콤한 말에 용기를 내어 10주간의 훈련을 마쳤고, 어제 드디어 수료식을 치렀다. 17명의 수료생을 지인과 가족들이 와서 축하해 주는 화려한 자리였다.
행사장 뒷편에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포토존 앞에서는 꽃다발을 든 사람들로 웃음꽃이 피었다. 나 역시 남편이 말끔한 차림으로 와서 “고생했어, 축하해” 하며 꽃다발을 건네주길 은근히 기대했다.
그런데 저 멀리 나타난 남편의 모습은 달랐다.
일하는 현장에서 갓 올라온 듯 먼지 묻은 바지, 헝클어진 머리, 파김치가 된 얼굴, 부정맥 부작용으로 더 붉어진 코까지. 순간,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곧 사진 촬영 시간이 다가오는데,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밀려왔다.
샌드위치를 두 개나 먹이고 자리에 앉히긴 했지만, 행사 내내 남편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 틈에 앉아 있기 불편했는지, 나보다 더 내향적인 그는 사라져버린 듯했다.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
“정말, 다들 축하해 주는데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수료식이 시작되었을때 발표와 율동에 집중하며 남편에 대한 섭섭함을 잊으려 했지만,
2부 꽃다발을 건네는 순서가 오자 남편은 빈손으로 쭈뼛거리며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연신 같은 말을 삼켰다.
“시간아, 제발 빨리 흘러가라.”
모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나는 잔소리부터 꺼내려다 우연히 남편의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내 사진이 빼곡했다.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순간, 웃고 있는 모습, 긴장한 표정까지 하나하나 담겨 있었다.
내 세계에서는 남편을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못났다고 투덜댔지만, 남편의 세계에서는 내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자리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리더십 과정은 내게 새로운 시도였고, 값진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외향적인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내향형이라고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다.
수줍음은 나를 지켜주는 방패이고, 고독은 나를 이끌어주는 빛이다.
내 방식대로, 내향적인 나의 장점을 살려 살자.
그리고 비교하지 말자. 내가 가진 것이 가장 소중하다.
남편이 찍어준 사진을 다시 보며, 그의 옆에서 조잘조잘 떠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