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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월급 날린 끔찍한 기억, 이렇게 날려보냈습니다

4박 5일 명상하며 마주한 지난 보이스피싱 피해... '알아차림'을 깨달

by 봉순이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4박 5일 온라인 명상에 참가했다. 오래 전부터 명상을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10일 위빠사나(불교 수행 중 하나) 명상에도 몇 번 신청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번번이 취소했다. 그러던 중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명상 소식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명상하고, 오전과 오후에 스님의 법문을 듣는 일정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호흡만 알아차리면 된다니, 이보다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30분 앉아서 명상, 10분 포행을 반복했다. 첫날 오전까지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지만, 저녁 무렵이 되자 다리에 묵직한 통증이 몰려왔다. 온몸에 긴장감이 퍼지면서 명상이 아니라 고통을 체험하러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명상 중 찾아온 그날의 기억


▲명상을 하는 나의 모습 ⓒ 황의정



'이게 정말 명상인가? 고요한 마음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온몸의 통증만 절절히 느껴진다니!'


마음속으로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화를 내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늘 화를 품고 살아온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다시 숨을 쉬고 몸을 느끼며 호흡으로 돌아갔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둘째 날부터는 통증과 졸음이 조금씩 덜해졌다. 하지만 그 대신 내 안의 온갖 망상과 잡념이 폭풍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머릿속은 한 편의 드라마 촬영장 같았다.


특히 지난해 당했던 보이스피싱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몇 달 치 월급을 한순간에 통째로 잃었던 그 날, 내 삶은 무너지는 듯했다. 전화 너머 낯선 목소리에 속아 통장 잔고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


온몸이 얼어붙었고 손이 덜덜 떨려왔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력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웃어 넘겼다. 남편한테도 미안한 마음, 창피한 마음이 들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



애써 주문을 외우며 아픈 마음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내 마음의 깊은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명상 중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고,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솟구쳤다. 망상 속에서 나는 피싱범을 찾아내 영웅이 되기도 하고, 가슴 치며 소리 없이 울기도 했다. 죽비 소리가 들리면 잠시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기를 반복했다.



그 기억 속에서 빠져나온 방법



그때 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명상은 시장통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시장 입구에서 정신을 놓고 거기서 놀다 집에 가지 못합니다."



명상은 내게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주고, 다시 그 괴로운 순간을 생생히 느끼게 했다. 그래서 너무 두려웠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계속했다.



3일째 되던 날, 다시 피싱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그 순간 처음으로 '아, 이건 망상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느낌이 들었다.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라고 인지하듯, 나는 조용히 그 감정을 바라봤다. 화나고 슬픈 감정이 올라와도 예전처럼 휩쓸리지 않고, '또 올라오는구나'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자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망상이 서서히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다시 그 일을 떠올려 봐도, 더 이상 그때처럼 격렬한 슬픔이나 분노는 없다. 스님이 하신 '지켜보면 치유된다'는 말씀이 마음에 울림이 되었다. 빠르게 반응하고 감정에 휘둘리기 쉬웠던 내게 잠시 멈추고, 지켜보고, 충분히 느끼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쳐 준 소중한 명상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조금씩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오직 알아차림. 하루를 살아도 알고 살아라'



스님의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긴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4박 5일 온라인 명상에 참가했다.

오래전부터 명상을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위빠사나 10일 명상에도 몇 번 신청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번번이 취소했었다. 그러던 중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4박 5일 명상 소식을 듣고는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나 저녁 9시까지 명상하고, 오전과 오후에 스님의 법문을 듣는 일정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호흡만 알아차리면 된다니, 이보다 좋은 휴가가 어디 있을까 싶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날을 시작했다.


30분 앉아서 명상, 10분 포행을 반복했다.

첫날 오전까지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지만, 저녁 무렵이 되자 다리에 묵직한 통증이 몰려왔다. 온몸에 긴장감이 퍼지면서 명상이 아니라 고통을 체험하러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게 정말 명상인가? 고요한 마음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온몸의 통증만 절절히 느껴진다니!'

마음속으로 짜증이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화를 내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늘 화를 품고 살아온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순간 다시 숨을 쉬고 몸을 느끼며 호흡으로 돌아갔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둘째 날부터는 통증과 졸음이 조금씩 덜해졌다. 하지만 그 대신 내 안의 온갖 망상과 잡념이 폭풍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머릿속은 한 편의 드라마 촬영장 같았다.


특히 작년에 당했던 보이스피싱 사건이 다시 떠올랐다.

몇 달 치 월급을 한순간에 통째로 잃었던 그 날, 내 삶은 무너지는 듯했다.

전화 너머 낯선 목소리에 속아 통장 잔고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


온몸이 얼어붙었고 손이 덜덜 떨려왔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력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웃어넘겼다.

남편한테도 미안한 마음 창피한 마음이 들어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어”라고 애써 주문을 외우며 아픈 마음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내 마음의 깊은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명상 중 그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고, 견딜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이 솟구쳤다.

망상 속에서 나는 피싱범을 찾아내 영웅이 되기도 하고, 가슴을 치며 소리 없이 울기도 했다. 죽비 소리가 들리면 잠시 현실로 돌아왔다가 다시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기를 반복했다.


그때 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명상은 시장통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시장 입구에서 정신을 놓고 거기서 놀다 집에 가지 못합니다.”


명상은 내게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해주고, 다시 그 괴로운 순간을 생생히 느끼게 했다. 그래서 너무 두려웠다.

‘이걸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계속했다.


삼일째 되던 날, 다시 피싱 사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그 순간 처음으로 '아, 이건 망상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느낌이 들었다. 꿈속에서 '이건 꿈이야'라고 인지하듯, 나는 조용히 그 감정을 바라봤다.


화나고 슬픈 감정이 올라와도 예전처럼 휩쓸리지 않고, ‘또 올라오는구나’ 하고 가만히 지켜봤다. 그러자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망상이 서서히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다시 그 일을 떠올려 봐도, 더 이상 그때처럼 격렬한 슬픔이나 분노는 없다.

스님이 하신 '지켜보면 치유된다'는 말씀이 마음에 울림이 되었다.


빠르게 반응하고 감정에 휘둘리기 쉬웠던 내게,

잠시 멈추고, 지켜보고, 충분히 느끼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쳐 준 소중한 명상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조금씩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오직 알아차림. 하루를 살아도 알고 살아라.’

스님의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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