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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진 맑을 아 Apr 01. 2020

제주에 온 지 이틀이 되었다.

호주에 못 가게 되어서 제주를 왔다. 오롯이 혼자 온 것은 3년 만, 여럿이서 다녀간 이후로는 2년 만이였다. 수도권에서는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벚꽃이 이미 만개 후 져가고 있는 이 곳 제주는 섭씨기온 15도를 웃도는 온화한 지역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야자수 덕분에 언제나 이국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향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납골당이였다. 3년 전, 제주에서 한달정도 머무를 때 스스로 먼저 자처해서 나의 벗이 되어준 그는 동갑내기 첼리스트였다. 자기도 비엔나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제주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그는 매우 자상했고 섬세해서 첼로가 어울렸다. 육지로 떠나기 전에 직접 연주하는 첼로 연주를 보고 싶다고 넌지시 말했던 걸 기억한 그는 그 당시 함께 종종 모였던 지인들을 다 불러 모아서 오름을 올랐고 그 곳에서 한라산을 배경으로 첼로 연주를 해줬었다. 배경과 너무 잘 어울려 훗날 멋진 음악가가 되었을 때 필요할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는 보답으로 필름 카메라 셔터를 연달아 눌렀었다.

혼자 한라산에 등반할 거라고 했더니 같이 가주겠다며 아침 7시에 물과 음료수, 김밥 등을 바리바리 싸 오기도 했으며 덕분에 무사히 백록담을 찍고 하산했었다. 이렇게나 함께 쌓아올린 추억이 많았고 서울에 오게 되면 또 보자는 가련한 인사를 나누고 우린 헤어졌었는데 그게 그의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몇 주 후 여상이는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지인에게 전화로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장례식이 끝난 후 였다. 곧장 다음날 연차를 쓰고 제주도로 내려가서 부모님을 만나뵙고 여상이에게 인사를 하러 갔었다. 앞으로도 혼자 제주에 오게 된다면 항상 처음으로 향하게 될 것 같다. 필름 사진 인화가 늦게 되서 끝내 그에게 사진을 전해주지 못했기에 이번에 인화해서 납골당에 고이 넣어주고 왔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평안하기를.


서쪽에서 한달정도 살았기에 동쪽을  법도   발걸음은  서쪽으로 옮기게 된다. 바다가 아주  보이는 3개의 창문이 있는 방이 내가 5일동안 머무를 곳이다.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흰색 침구가 마음에 든다.  여름에  곳에 왔더라면 숙소  윗층에 있는 루프탑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을  같다. 간단하게 짐을   주변을 산책했다. 한담해안산책로가 근처여서 도보로 이동하기 좋은 위치였다. 관광객이 많은 계절도 아닐뿐더러 마을 자체가 소담헤서인지 어느 곳을 가도 한적했다. 눈에 보이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서 커피를 시킨  창가에 앉았다. 여행 오기 며칠  지인에게 브랜딩 리뉴얼 작업 의뢰를 받아서 졸지에 일을 하며 여행을 하게 되었다. 카페에서 2시간 가량 집중해서  날의 분량을 마치고 김만복 김밥을  와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알람 시간보다  일찍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적당히 스며드는 아침 햇살 덕분인지 피곤하지 않게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다. 도보로 30여분거리에 간단하게 식사를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섰다. 애월항을 지나 도착한  곳은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고기국수집이였다. 내가  손님이였던건지 환하게 맞이해주었다. 한경면으로 이동하기 위해 추억이 많은 202 버스에 올라탔다. 202번은 서쪽 지역 주민에게 없어서는   소중한 순환버스이다. 한림에서 내려서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환승  한시간 가량 노래를 들으며 달렸다. 도착한 조수리는 가장 유명한 브루마블커피는 이름이 바뀌어있었고 가려던 유람위드북스는 휴무였다. 아쉽지만 최근에 생긴 카페로 자리를 옮겼고 차분한 공간을 만날  있었다. 단호박 타르트가 굉장히 맛있었지만 생긴  얼마 안된 SNS상에서 유명한 카페여서 그런지 사진을 찍으러 카페를 휘젓고 다니는 손님들 때문에 얼마  머무르고 바로 나왔다. 흔히들 제주는 뚜벅이로 여행하기 불편한 곳이라고 하는데 미리 버스 시간표를 체크  그거에 맞게 다니면 크게 불편하지 않다. 10 전에 정류장에 가서 기다리며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책방 소리소문이라는 서점은 이듬해봄 서점을 떠올리게  정도로 인테리어가 비슷했다. 책의 종류는 생각보다 많았으며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최유수 작가님의 신간을 구매   자리에서 바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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