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 진 맑을 아 Jul 03. 2020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




각자가 생각하는 어른의 정의는 무궁무진할 것이고, 정해져 있는 명확한 답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어른이란 것은 풀리지 않는 난제인 것만 같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유연한 사고방식을 할 수 있도록 우아한 단어로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복을 받은 건지 모르겠으나 주변에는 그러한 면에서 빛이 나는 어른들이 몇 있다. 직장 선배였던 그는 점심식사 후 함께 카페를 갈 때 플라스틱 빨대를 주는 직원에게 정중히 거절을 했고 그 모습이 신기해서 연유를 물어봤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보니 그의 오래 만난 애인은 다큐멘터리 PD였고 환경을 지키는 습관을 오래전부터해서 본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아서 노력 중이라고 겸연쩍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덧붙여서 빨대는 음료를 편히 마시게 하는 보조 도구일뿐 마시는 행위를 하는 것은 본래 사람의 입이니 보조 역할이 없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소신있는 발언을 하는 그 였다. 메스컴이나 SNS 채널에서 숱하게 환경보호 컨텐츠를 보았으나 공감하지 못했던 나인데 그의 한 마디가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식재료를 사러 집 앞 마트만 가도 낱개로 파는 양파와 감자를 소분해서 담을 수 있는 일회용 비닐을 발견할 수 있다. 나라에서 규제를 해서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공공장소나 큰 빌딩을 가면 입구에 우산 비닐 기계를 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 비닐을 무상으로 제공하지 않고 추가 요금을 내면 내어주는데 그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기에 고민 없이 비닐을 함께 요청한다. 이런 삶을 지속하다보니 "비닐은 안 주셔도 돼요."라는 말이 입 밖에 나오기까지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외출을 할 때 꼭 장바구니를 챙겨야했고 깜빡하고 챙기지 못했을 때는 무거운 짐을 양 손 가득 들고 오느라 손에 쥐가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생각했다. 일회용품으로 회복이 더뎌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더 아팠을 것이라고.


얻는 삶이 더 어렵고 있어보인다고 으레 생각할 것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먼저 쟁취하는 트렌드가 널리 퍼져있고 우리는 그것을 리미티드 에디션 혹은 한정판이라는 키워드로 현혹 당하곤 한다. 더 멋진 것을 얻기 위해 비워 내는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떠할까? 어쩌면 그러한 작은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인 오늘 모두가 멋진 사람이 되어 보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피플 인사이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