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 진 맑을 아 Feb 04. 2024

아침에 건네는 인사

잘 지내셨나요? 괜히 반가운 기분이에요.

별거 아니지만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면 건네는 나의 기분도, 받는 사람의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다.

모든 이들의 안온한 하루를 기원해 보며

지난날의 휘몰아쳤던 감정들을 쏟아내 본다.


1. 연말연시에 얼마나 대단한 새해를 맞이하려고 그러는지 지독한 장염에 걸렸었다. 평소에 잘 아프지도 않고, 체하지도 않기에 나한테 이런 고통이 오는 것은 도무지 익숙하지가 않다. 이틀 동안 한 끼도 먹지 못했고 누워만 있었으며 내내 잠만 잤다. 이렇게 2024년을 맞이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다가오는 세월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였다. 올해는 무엇이 되려고 발악하기보다는 무던하게 보내고 싶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말이다.


2. 플라톤, 하이데거, 니체 등. 나에게 철학은 클래식 음악과도 같은 존재다. 어쩐지 알고 싶고, 알면 좋을 것 같지만 알기 어렵다. 올해는 이 분야에 대해 더 탐구해보고 싶다. 누군가는 즐거이 누리는데 나에게선 멀었던 것들을 좀 더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인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사회에 우린 살고 있다. 휘발성이 강한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아날로그 환경에 강인해지고 싶다.


3. 가끔 이 세상은 가뿐하게 자고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한 보 뒤쳐진 듯한 기분을 안겨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세상의 어떤 지점에는 아침이 밝아오는데 또 다른 지점은 이제 막 밤을 맞이하기도 한다. 24시간을 구성하는 세계는 이토록 대비되고 보이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4. 많은 일을 겪어 보니 세상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되새겨본다. 그리고 우리가 꿀 수 있는 꿈의 종류는 그만큼이나 다양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5. 에피소드(episode)는 고대 그리스어 'episodo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위에'를 뜻하는 전치사 epi-와 '여행, 길, 걷다'를 뜻하는 hodos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딘가로 향하는 길 위에서 일어난 일'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에피소드란 단어에는 결론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그저 이런 일이 있었어, 하고 다음 에피소드를 향해 다시 걸어갈 뿐 정답도 결론도 없다는 부분이, 마침표가 아닌 쉼표에 가까운 단어라고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6. 책을 읽다 ‘황황하다’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사전적 정의가 아름답고 성하다라는 우아한 단어였다. 나이가 들수록 풍부한 어휘력을 구사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은 항상 있으나 쉽지가 않다. 내가 독서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애써 찾지 않아도 삶에서 따뜻한 낭만을 쉽게 발견하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쌓아 나갈 수 있는 상반기가 되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하얀 눈이 내린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