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메로나를 먹는 건, 올해도 여름이 왔다는 것을 느끼는 나만의 방식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언제 올해의 여름을 느끼는지 말이다. 꺼지지 않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아직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고요한 한밤중에 들리는 빗소리가 마냥 싫지 많은 않다. 여전히 많은 비가 여남은 어둠을 밀어내고 있는 지금 오랜만에 그동안의 시간들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특정 시각과 시각 사이. 잡을 순 없지만 때로는 눈으로, 때로는 귀로, 때로는 입으로 시간을 느낄 수 있던 그 시간들을 말이다.
1. 주말이 되면 밀린 잠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휴식은 밖으로 나가 마음 편한 사람들을 만나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시간의 세월에 익숙해진 걸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쉼은 잠이다. 잘 자고 일어났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은은한 희망의 공기를 좋아한다. 뭐든 잘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것 같은 산뜻함. 그런 것들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온전한 쉼을 생각했다.
2.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런 문장이 있지 않은가. 생각만으로도 긍정을 일으키는 문장. 나에게 있어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이 문장이 그러하다. 우리에게는 없는 힘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히어로와는 다르게 나와 똑같은 능력치를 가진 인간들이 기어코 답에 당도하고야 마는 장면들이 꽤 벅찼었다. 요즘의 나에게는 이러한 힘이 필요했고 어쩌면 발휘했을지도 모르겠다. 종종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며 지난 선택들을 돌아보곤 한다. 어렸을 때는 왜 그랬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유는 더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한 가지, 점점 내가 짙어지고 있다는 확신은 든다. 다들 어떤 여정을 보내고 있을까?
3. 우연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는 가성비가 아주 갑인 인생을 살고 있다.' 깊이 공감이 돼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디자인 수정사항이나 변화되는 모든 것에 힘들다가도 동료가 건네는 작은 농담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 자신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의 기분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도와주는 주변 사람들의 애정 어린 조언 덕분에 늘 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기분 좋은 솔직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4. 다른 이들의 마주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오늘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그 관계들 사이에서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때론 식물처럼 아주 천천히, 때론 도시처럼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낀다. 이 속에서 오늘도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적당한 속도로 자라고 있기를 바란다.
5. '지지하다(Support)'라는 단어의 어원을 알게 되었다. 'sup(아래)+port(지탱하다, 받치다)'라고 한다던데, 결국 지지라는 건 그가 가진 무게를 나누어 들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나에게도 기꺼이 그 무게를 지탱해도 좋을 무언가가 있는지 문득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답은 내리지 못했다. 그동안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 멀어지게 되는 것도 예상하던 바가 아니었다. 감정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계획한 대로 된 건 거의 없었다. 정답을 모르니 나는 지금도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