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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erson Feb 12. 2023

우리가 한달살기를 해야 하는 이유 12

강릉에서 열두 번째 날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마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주변 정리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모든 것들은 지금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 일에 몰두하는 것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달살기는 나에게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었기에 정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매일 아침 세상 곳곳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읽던 뉴스 기사들, 습관처럼 들여다보며 견물생심을 잃지 않게 도와준 쇼핑몰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쉼 없이 '카톡'이라고 울려대며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온갖 인간관계들.

주변 정리를 끝낸 강릉에서의 삶은 한마디로 고요함이 되었다.


그렇게 고요함 속에서 오로지 나와 가족에게 집중하며 바닷가 마을에서 생활한지 열두 번째 날, 고립과 외로움 비슷한 감정이 들 즈음 처형(妻兄)이 1박2일 일정으로 놀러 오기로 했다. 강릉집에 반가운 첫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다.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아내는 사랑하는 언니에게 즐거운 여행을 선물해 줄 생각에 잔뜩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손님이 좋아할 만한 장소와 식당을 수없이 바꾸고 고민하면서도, 그러한 일이 마치 본인이 갈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것이라도 되는 양 열의에 들떠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하게 되어 배가 고플 수 있는 손님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사러 시내에 나가자고 내게 조르고, 손님에게 대접할 웰컴 티도 준비한다.

모든 모습에서 아내가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 마음은 설렘과 행복함으로 가득 차있다.


나는 내 아내를 이토록 행복하게 해주는 이 손님에게 도리어 감사하다.



늦은 밤, 기차 도착 시간에 맞춰 차를 몰고 나간 강릉역에는 제각각 자기들의 반가운 손님을 태우러 나온 자동차들의 행렬이 빼곡하다. 차가운 공기가 제법 썰렁한 밤이지만, 손님을 기다리는 수많은 자동차들의 후미등이 거리를 빨갛게 물들여 따뜻한 느낌이 돈다.

저 멀리 보이는 손님에게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어 맞이한 손님을 차에 태워 집으로 향한다.


반가운 손님을 태우고 가는 내 눈에는 벌써 행복하게 웃고 있는 아내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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