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나의 이야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걱정인형이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분명히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별 일 아닐 텐데, 상황을 직접 마주하면 인터넷과 책에서 본 모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두려워지는 것이다. 사람마다 얼굴도, 체형도, 성격도, 장단점도 다르듯이 당연히 아이들도 그러할진대, 나는 자꾸 우리 아이가 육아서 그대로 자라길 바라고 있었다.
아이가 잠을 안 자면 이러다 발달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고, 잠을 많이 자면 혹시 철분이 부족해 피로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걱정했다. 이유식이나 분유를 많이 먹으면 소아비만이 될까 두려워 내가 조절해 줘야 할 것 같고, 적게 먹으면 잘 성장하지 못할까 불안하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까지 갈 것도 없이 남편에게만 말해도 별 일 아닐 거라며, 정상 범위 안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엄마인 내가 미리 알아차리지 못해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까 봐 항상 불안한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어느 날 육아로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보던 남편이 말했다.
“'완벽한 육아’라는 것은 없어. 그냥 네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지만 생각해.”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나는 지금 육아에 불가능한 KPI를 정하고 달성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구나. 삶을 살면서 각자의 KPI를 수립하는 것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KPI에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측정 가능하고, 정확한 목표치가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달성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육아는 측정 가능하지도, 목표치도 없기 때문에 애초에 목표라는 것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그런데 나는 머릿속으로 미디어에서 본 모든 엄마들의 이상적인 모습만 모아두고, 하나라도 그에 도달하지 못하면 못된 엄마라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왠지 지금 돈을 벌지 못하니 뭔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그를 향해 달려가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완벽한 육아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왜 그런 욕심을 가졌는지를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항상 목표와 정답을 맞히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등수로, 회사에서는 실적과 KPI를 기준으로 평가받으며 살아왔는데, 지금 내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육아에서는 기준도, 평가자도 없었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덜컥 겁이 났고, 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어 스스로 그 기준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1년의 소중한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돈을 벌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생산적이지 않다고 스스로 단정 지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부정하기 위해 스스로 저울에 올라 초조해하고 있었다. 왠지 아이가 내 평가지표가 된 것 같은 느낌에 차라리 회사로 돌아가기를 소망한 적도 많았다. 회사에서의 나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는데, 엄마로서의 나는 어딘가 끊임없이 모자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깨닫자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선명해졌다. 먼저 ‘완벽한 엄마’라는 이상향을 버리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육아 브이로그를 보지 않았다. 대신 내가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는 명확한 키워드를 가지고 소아과 의사들의 전문적인 답변만 검색했다. 원래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육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나 자신과 비교했다. 그들의 최선과 나의 최악을 비교한 셈이다. 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만 확인하게 되니 걱정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내가 어릴 때도 이 정보가 있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때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더 빨리, 더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는 많은 정보들은 연구로 밝혀진 것보다는 카더라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엄마 입장에서는 그 하나하나가 찝찝하고 신경 쓰이기 마련이라, 그 기준을 나로 정하고 ‘그렇게 안 해도 나도 잘 컸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육아를 하면서 SNS를 보면 정말 다양하고 멋지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고, 자꾸 작아진다. 하지만 내 아이는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가장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나 자신과 다른 엄마들을 비교하지 말아야겠다. 내가 가진 불안은 결국 아이에게도 전염되기에, 그것이 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KPI가 아닌, 내 아이의 웃음을 내 지표로 삼으려 한다. 그 웃음이야말로 내가 만들고 싶은 가장 큰 목표니까.